[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지하철 경찰대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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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전략의 중요 도구 가운데 '구매자 경험 사이클'이라는 것이 있다. 고객들의 행위를 관찰하면서 고객들이 효용을 느낄 만한 가치의 빈 공간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처음 구매할 때부터 나중에 버릴 때까지, 즉 구매→배달→사용→보충→수리→폐기 등 여섯 단계에서 아직 만족하지 못한,그래서 필요로 하는 가치는 없는지 점검해볼 수 있다.
블루오션전략뿐만 아니라 모든 혁신(innovation)의 기본적인 출발점이 고객이 미처 생각지 못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할 때 그 바탕은 언제나 고객이다. 고객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아직까지 시장에서 제공되지 못한 수요나 가치를 찾아낼 수 있고 그것을 실현하면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다.
정부를 포함해 공공부문에서의 혁신도 다를 것 없다. 시민들의 움직임에 혁신의 실마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혁신하고 싶다면 시민들의 일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민 생활이나 경제 활동과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이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행정서비스도 의미 없는 것이 된다. 혁신이 '내부지향적'이어서는 안 되고 '외부지향적'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경찰이 출범시킨 '지하철 경찰대'는 이렇게 시민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이제까지 제공되지 못한 서비스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지하철을 포함한 지하공간은 이미 시민들의 주요 생활공간이 됐지만 각종 사고에는 여전히 노출돼 있다. 대구지하철 화재사건이 아직 잊혀지지 않고 있고 지하철 역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영국의 테러사건을 볼 때 지하공간은 치안의 핵심 지역으로 다뤄져야 마땅하다.
경찰은 이번에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경기 등 5개 지방경찰청에 지하철경찰대를 두기로 했다. 서울의 경우 총경급 대장이 배치돼 순찰인력 40명,수사팀 2개 등 모두 194명이 치안을 책임지게 된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제까지 지하공간을 전담하는 치안당국이 없었나 하고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혁신이란 원래 그렇다. 평소에는 생각지 못했는데 막상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고 난 뒤 "왜 이제까지 이런 서비스가 없었지"하는 의문이 들게 돼 있다.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가 쓴 '블루오션전략'에도 사례가 소개되고 있는 윌리엄 브래튼 전 뉴욕경찰국장의 경우도 바로 이렇게 시민들의 생활을 좇아가며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마련해 혁신을 이뤄냈다. 그는 시민들은 살인 강도 마약 사건 같은 강력범죄보다는 오히려 소매치기 폭력배 매춘부 등 문제에 더 민감하다는 것에 착안해 이런 생활범죄를 줄이는 데 노력했다.
경찰청 업무혁신팀 임호선 팀장(총경)은 "경찰의 치안서비스가 이제까지 지상에서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 수직적인 개념까지 도입해 땅아래와 건물위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경찰혁신의 기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찾아낸 새로운 서비스영역이 시민들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블루오션이 되길 기대해본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