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전반기의 '최고' 정책 입안자였던 이정우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겸 정책특보가 2년반 만에 노무현 대통령의 곁을 떠난다. 이 위원장은 지난주 노 대통령에게 "임기도 지났고 역할을 한 만큼 쉬고 싶다"며 사의를 밝혔고,노 대통령은 만류하다 본인의 뜻이 워낙 강해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르면 다음주 중 후임 위원장을 임명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가을학기부터 본래의 직장인 경북대로 돌아가 강의에 전념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상근인 대통령 정책특보는 계속 맡게 된다. 이 위원장은 20일 국정과제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오래 일했으며 학교에 돌아갈 때가 됐다. 방학도 했고 적절한 때라고 본다"며 "(부동산 정책 등은) 경제보좌관실에 이미 넘겼고,참여정부도 임기 중반에 이르러 틀이 잡혔다"며 퇴임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의 반응을 종합하면 그의 퇴진이 문책이나 경질 성격은 아니다. 이 위원장은 초대 정책실장과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으면서 현 정부의 2003년도 10·29 부동산정책 등을 입안했으며 노조가 일정 수준의 경영참여를 하는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 정책을 둘러싼 '성장과 분배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었으며 한나라당 등으로부터는 '분배 우선주의자'라는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현 정부 초기의 각종 정책 로드맵 작성에 깊이 관여한 이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대통령 자문기구의 각종 위원회 활동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위원회 기능이나 정책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 위원장과 노 대통령의 관계를 감안할 때 대통령직속 위원회들의 위상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종 중장기 정책 기획·집행에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국정과제들은 김 실장 중심으로 추진·점검될 전망이다. 이미 청와대는 정책기획위가 담당했던 산하 위원회의 인사·예산·조직 관리 업무를 정책실로 옮기도록 비서실 조직을 최근에 개편했다. 동북아시대위원회가 행담도 개발사건에서 '부적절한 업무처리'를 한 이후 조직이 축소된 데다 위원장이 교체돼 정책기획위는 대통령의 자문 기능으로 역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동시에 100여명에 달하는 정책기획위원 중 30여명을 교체한다는 방침 아래 인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책기획위 산하 위원회 중 전성은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도 이달 말 2년 임기가 끝나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초 특위에서 상설 위원회로 확대된 사람입국신경쟁력특별위원회의 문국현 위원장(유한킴벌리 사장)도 회사경영 등을 이유로 앞서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