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고 팍팍했던 저 식민지 시절에…줄지어 나부끼던 포플러서껀 없었다면/우리의 황토길이 얼마나 더 삭막했으리며/우리의 그제인들 또 얼마나 황당했겠어요?…크기는 쉬 크지만/성냥개비 나부랭이로밖에 쓸모가 없어/식민지 신작로에 후리후리 파수나 서던/구차한 세월 설레임의 나무가/민중의 나무라니 참 역설적이네요…' 문학평론가 유종호씨가 쓴 '민중의 나무'라는 시다. 지금은 메타세콰이어를 비롯한 다른 수종(樹種)에 밀려 확 줄어든,미국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미류(美柳)나무로도 불린 포플러의 어원이 민중의 나무(arbor populi)라는 사실과 함께 가난하던 시절 이땅 곳곳을 지키던 나무로부터 받은 위안을 적은 작품이다. 원로 문인의 글을 빌릴 것 없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 걸어본 사람은 안다. 가로수가 얼마나 고마운지.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이든, 뜨거운 김 푹푹 솟는 아스팔트길이든 나무 밑에만 들어서면 햇볕도 피하고 등을 기댈 수도 있다. 또 여기저기 다녀본 사람은 안다. 가로수에 따라 도시나 동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도시 진화의 한 모습일까. 가로수도 전자태그(RFID)로 관리한다는 소식이다. 강서구청이 관내 가로수에 종류,묘목 출처,심은 날짜,병력,관리 기록 등을 담은 인식칩을 붙이고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 사무실에서 수시로 나무의 상태를 파악해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물에 무선주파수 인식칩을 심고 인공위성으로 위치를 찾는 기술이 쓰이는 곳은 많다. 항공수하물이나 택배 관리에 도입돼 있고,서울시의 경우 내년까지 위급시 빠른 구급 활동을 위해 치매노인과 독거노인 등에게 위치인식 칩을 지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 그루가 병충해에 감염된 걸 모르고 놔두면 일대의 다른 나무들이 몽땅 탈이 나 거리는 금방 볼썽사나워진다. 전자장치를 활용하면 가로수 관리가 한결 쉽고 경비도 절감될지 모른다. 그래도 나무에까지 전자칩을 심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머리 속 생각만 탐지되지 않을 뿐 모든 정보는 감시된다"는 말이 자꾸 떠오르는 건 너무 소심한 탓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