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최고경영자 하계세미나에서 쏟아낸 발언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았다. 그만큼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한 정책이 난무해 기업 활동과 국민 생활에 큰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행사에 참석한 기업 최고경영자들도 '미스터 쓴소리'의 강연에 속이 시원하다는 듯 박수갈채를 보냈다. 다음은 박 회장 강연의 주요 내용. 시장은 최고의 시스템이다. 정부가 사냥개라면 기업들은 토끼다. 토끼는 죽지 않으려고 생명을 걸고 뛰지만 사냥개는 주인이 시키지 않으면 뛰지 않는다. 정부가 다 하려는 게 문제다. 아직까지 정부가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강남 아줌마들과 정부는 전쟁 중이다. 참여정부 들어 20차례 넘게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전국 땅값이 13%가량 상승했다. 서울은 17%,특히 강남은 40% 이상 올랐다. 왜 자꾸만 강남아파트 값이 오르는가. 전세계적으로 시장경제를 하고 있는 나라치고 정부가 부자동네 집값을 내리겠다고 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미국 베벌리힐스는 집 한채 가격이 100만달러를 넘기도 한다. 로스앤젤레스시 당국은 집값이 오르면 세금이 같이 오르니 즐겁기만 하다. 우리는 왜 그런 정책을 펴지 못하나. '배고픔'과 '배아픔'의 차이다. 배고픔은 나라가 해결해야 하지만 배아픔은 시장이 해결해야 한다. 강남에 못 사는 것은 자기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 정부정책이 잘못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을 강남에 살게끔 하는 것은 어렵다. 강남에 살되 코스트를 지불하고 살아야 하는데 우린 그렇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유세가 1%인데 강남 보유세는 0.3% 수준이다. 세금을 제대로 걷어 국민주택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보유세를 1%로 올리는 대신 양도세를 포함한 반시장적인 정책은 모두 없애야 한다. 400조 자금이 떠돈다고 하는데 강남 아파트 사면 이자의 몇배 수익이 나기 때문에 다 사려고 한다. 억제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강북 개발하고 고등학교 지으면 되는 것 아닌가. 교육감부터 반대한다. 교육수요가 있는데 학교를 안세워준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 정부는 '보이는 손'에서 더 나아가 '유비쿼터스 손'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전지전능한 손이 아니다. 관료주의 정부 언론 정치권이 문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400달러,500달러짜리 시대의 방법이 1만3000달러짜리 국민에게 먹히겠는가. 자식들 자기 마음대로 되는 사람 손들어봐라.아무도 없다. 정부는 자기 자식도 마음대로 못하면서 국민들한테 호령하고 안 따라온다고 신경질만 낸다. 얼마 전 정부가 내놓은 영세자영업자 종합대책 같은 코미디는 따로 없다. 쥐가 뜯어먹은 것처럼 머리 자르고 서비스도 잘 못하는 미용실에 누가 가겠나.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는 퇴출돼야 한다. 노동시장도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 대기업 사업장을 보면 임금구조는 힘에 의해 결정돼 높다. 비정규직 임금 낮은 게 문제가 아니고 정규직 임금 높은 게 문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임금은 미국 앨라배마공장보다 20% 정도 높다. 울산의 임금은 힘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교육시장도 왜곡됐다. 자유기업원 자료를 보니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내용이 있다. 침대보다 키 큰 사람은 다리를 자른다. 붕어빵처럼 만들어봐야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창조적인 것은 붕어빵 교육에서 나올 수 없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말씀했듯이 지금처럼 가면 앞날이 어둡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데 입법조치까지 하겠다니 이해가지 않는다. 제주=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