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업체들이 일제히 '감산(減産) 경영'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철강 수요가 줄어들면서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주요 철강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에 돌입하는 등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수급 균형이 깨진 상태여서 상당 기간 철강제품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 때문에 중소형 철강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M&)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철강업체 '재고 줄이기' 안간힘 중국 정부의 부동산투자 억제로 철강수요가 감소한 반면 철강 업체들은 생산량을 계속 늘려와 중국 내 열연코일 가격은 올 들어 26%나 떨어졌다. 중국의 5월 철강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은 외국 업체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수출이 점점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값싼 중국산 철강 수입이 급증,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5월 철강 재고가 2개월 연속 늘어나 전달보다 4.5% 늘어난 666만t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체들은 '감산'이란 비상 카드를 빼들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룩셈부르크)가 지난해부터 이미 감산에 돌입한 데 이어 최근엔 2위 업체인 미탈스틸(영국)도 3분기 중 철강재 100만t을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JFE홀딩스도 이날 올 3분기 핫코일 공급량을 전년 동기대비 50만t 줄이기로 결정했다. 신일철도 올해 수출용 철강제품을 당초 계획보다 30만t 축소하기로 했다. ◆중소형 철강업체들,짝짓기 열풍 과잉 생산능력을 줄이기 위한 철강업체 간 인수합병(M&A)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중소형 철강업체들은 한층 치열해진 가격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전 세계 철강 업체 간에는 144건의 M&A가 이뤄졌고,규모는 153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3억달러보다 65% 급증한 것이다. 건수로는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5월 이탈리아의 철강업체인 꼼빠니아 테크니카 인터내셔널은 멕시코 힐사멕스를 22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올해 성사된 철강업체 간 M&A 중 최대 규모다. 최근엔 러시아의 세버스탈과 영국의 미탈스틸 등도 동유럽 대형 철강회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터키 최대 철강업체인 에레글리는 오는 9월 국제 입찰을 통해 매각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의 크리보로츠스탈 철강 공장도 오는 11월 외국 철강업체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이코노믹 어소시에이츠의 도널드 바넷느 컨설턴트는 "캐나다의 스텔코 등 약 40여개 중소형 철강업체들이 현재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며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일만이 험난한 시기를 돌파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