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함에 따라 하이트맥주는 '공룡 주류 기업'으로 탄생하게 됐다.


맥주와 소주 시장 1등 기업 간의 결합으로 국내 주류 업계에는 상당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공정위의 승인 조건 또한 하이트맥주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것이어서,경쟁사인 오비맥주와 지방 소주사들은 '하이트+진로' 결합으로 불어닥칠 후폭풍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조건'의 강도 미미하다


공정위가 제시한 승인 조건은 크게 4가지.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률을 향후 5년동안 물가 상승률 이내로 제한하고,주류 도매상에 대한 출고 내역을 5년동안 반기별로 보고하라는 것이다.


또 5년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영업조직을 분리해 운영하고,끼워팔기 등 거래 강제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3개월 내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하이트맥주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고 큰 무리가 없는 조건"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오비맥주는 "공정위가 하이트맥주를 너무 봐주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오비맥주와 지방 소주사들은 공정위가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승인하더라도 시장점유율 제한 등의 강도 높은 승인 조건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승인 조건의 강도가 높지 않아 하이트의 진로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올 것 같다"며 "따라서 경쟁사들이 느끼는 긴장의 강도 또한 그만큼 높아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주류 업계 지각 변동


하이트맥주는 진로 인수의 최대 고비인 공정위 독과점 심사를 무난히 통과함에 따라 국내 유일의 종합 주류 메이커로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맥주의 취약 지역인 서울지역에서는 진로의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을 활용해 하이트의 점유율을 극대화시키겠다는 포석이다.


또 진로가 고전하고 있는 영남지역에서는 하이트맥주의 막강한 유통망을 내세워 진로 소주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등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로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곳은 오비맥주다.


이미 주류 업계에서는 공장 가동률이 40%에 불과한 오비맥주 광주공장의 매각설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오비맥주는 물론 이를 '루머'로 일축하고 있으나,업계 관계자들은 실현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주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는 국내 주류업계가 절대강자와 군소 약자들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와중에서 업계 구도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