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자는 13년 전 수감될 당시의 물방울무늬옷을 입고 출소한다.


그녀가 쓴 '잠자리' 선글라스도 구식 디자인이다.


그녀의 심리가 자신에게 살인누명을 씌웠던 과거의 범인에 고정돼 있다는 암시다.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를 잇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완결편이다.


맛깔스런 대사와 창조적인 장면구성,독특한 캐릭터가 돋보인다.


이영애가 맡은 금자는 헌신적이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피의 보복을 태연하게 자행할 수 있는 이중적인 성격이다.


그녀의 대사에서도 이중성은 엿보인다.


"기도는 이태리타올이야.빡빡 문질러서 죄를 벗겨내. 그럼 애기속살로 변해, 알았지?" 고상한 말이 살벌하게 전달된다.


지인의 격려에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일축한다.


금자의 눈 주변 붉은 화장기는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다.


파란색 죄수복들 틈새에서 금자의 옷은 '튀는' 노란색이다.


감옥의 내벽은 핑크빛이지만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가 출소한 후 머무는 집 역시 지옥도 같은 화염무늬와 빨간색조로 단장돼 있다.


세상과 조화하지 못하는 금자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치들이다.


정사 장면에도 에로틱한 분위기는 없다.


금자와 빵집 청년,살인마 백선생(최민식)과 한 여인이 갖는 섹스는 권력자가 하수인에게 내리는 명령처럼 일방적이다.


금자와 딸 간의 관계도 소통 불능이긴 마찬가지다.


해외입양된 딸과 금자가 나누는 대화가 백선생의 통역을 통해 소통되는 장면은 우스꽝스럽다.


백선생은 곧 처단될 몸이다.


백선생에 대한 금자 개인의 복수심을 피해집단 전체의 복수심으로 바꿔놓는 종반부는 기존의 반전양식과는 다르다.


이야기 흐름이 뒤집히는 것은 물론이고 리듬까지 바뀌는 것이다.


이야기가 속도감을 잃고 갑자기 느려진다.


금자는 어느새 이성적인 인간으로 바뀌어 있는 반면 피해 집단은 광인으로 변모된다.


감독은 잔혹한 복수란 금자처럼 독특한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행위라고 말하려는 것 같다.


다만 집단 복수극이 지루하게 처리된 것은 아쉽다.


보다 간결한 장면들로 구성됐더라면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7월29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