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 정부가 외국기업들이 자국의 대표기업을 인수하려는 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이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의 석유업체 유노칼 인수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도 미국 거대 음료기업인 펩시가 자국의 대표적인 식품업체 다농그룹 인수를 추진하자 국익을 내세워 저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도미니크 드 빌펭 프랑스 총리는 펩시가 다농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를 접한 20일 즉각 펩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식음료 사업은 프랑스 산업의 보석 가운데 하나"라며 "(총리로서)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루이 볼루 노동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외국 기업의 적대적인 인수 시도를 막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도미니크 칸 전 재무장관 등 프랑스 전·현직 관료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다농을 지키기 위해 공동보조에 나서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다농은 요구르트 비스켓 생수(에비앙 및 볼빅) 등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국가대표급 식품업체로 2003년 매출액 기준 세계 6위 회사다. 펩시는 세계 1위 네슬레를 따라잡기 위해 다농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은 정부와 의회가 한 목소리로 '석유는 미국의 전략자원'이라고 강조하며 미국 내 9위 석유업체인 '유노칼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엄호를 배경으로 유노칼은 미국의 석유메이저인 셰브론보다 더 좋은 인수 가격을 제시한 CNOOC 대신 셰브론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