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석.박사들 논술학원으로..논술 비중 높이자 전업강사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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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철학과 석사 출신으로 시간강사로 활동하면서 박사과정을 밟던 고영건씨는 2003년 결단을 내렸다.
대학 강단을 버리고 사설 입시학원의 전업 논술강사가 된 것.
고씨는 "처음에는 호구지책을 위한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논술을 가르쳤다"며 "하지만 2004학년도 주요 대학 입시에서 통합형 논술시험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논술강사가 유망하겠다 싶어 전업강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는 "논술이 대입의 화두가 된 뒤 연세대 철학과 석사 중 30% 이상이 논술판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21일 학원업계에 따르면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입시에서 논술 비중을 높이면서 석·박사들이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이 중에선 철학 국문학 교육학 등 인문학이나 법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전체의 80∼90%에 달하며 화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 출신도 1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투스는 서울대 법대 박사인 이현우 강사,고려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의 안선회 강사,연세대 국문학 석사인 최인호 강사 등 석·박사 출신 논술강사를 최근 초빙했다.
이투스는 이들에게 '서울대·연대·고대를 겨냥한 영어논술반''교대·사범대 지망생을 위한 논술면접특강반' 등 특화된 논술강좌를 맡길 계획이다.
비타에듀도 논술연구소를 신설하면서 미국 조지타운대 문학박사인 유연진 강사,경원대 국문학 박사인 황효숙 강사 등 28명의 석·박사 출신 강사를 충원했다.
비타에듀 정선기 팀장은 "수능에서 언어영역을 가르치던 강사들이 있지만 심도 있는 통합형 논술시험 대비를 위해서는 별도의 강사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학 석·박사 출신 강사들을 기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논술 강사 중 상당수는 팀 플레이를 선호한다.
논술시험의 출제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과목의 석·박사들이 팀을 이뤄야 더 좋은 강의자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호흡이 잘 맞는 선후배들과 '길드'를 만든다.
대체로 1개 길드는 20~60명의 강사들로 구성된다.
몇몇 길드는 이미 유명세를 톡톡히 타고 있다.
논술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학원 브랜드보다는 길드 브랜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다.
중앙교육의 온라인 사이트인 유웨이에듀 등에 출강하고 있는 '소피스트'가 논술 길드의 대표적인 예다.
고영건씨가 대표강사인 소피스트팀은 서울대 철학과 박사인 이동이 강사,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석사인 우유진 강사,서울대 화학과 박사인 권순영 강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피스트팀 외에 '거인의 어깨''아이비앤마루''오케이논구술''에·플팀' 등이 눈에 띄는 길드들이다.
일부 성공한 논술 길드는 아예 논술학원 체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초암논술아카데미는 서울 대치동 목동 등에 5곳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강사의 대부분이 석사학위 이상을 소유한 대학강사 출신.이 학원의 김원기 강사는 "논술은 사실상 출제범위가 없는 과목"이라며 "앞으로 논술분야의 스타강사가 되려면 팀에 속해 있거나 석사 정도의 소양을 갖춘 연구원들을 많이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