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2.1% 전격 절상] 외국 압박..경기 과열..'마지막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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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격적으로 위안화를 절상한 것은 미국등 해외 압력이 거센 데다 경제가 과열양상을 보인 데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9.5%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중국 정부로선 그동안의 긴축정책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한 결과여서 고성장의 주동력인 수출 급증을 억제할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부에서도 이제는 최후의 카드로 여겨졌던 위안화절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특히 9월로 예정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절상할 것이란 관측이 국제외환시장에서 급부상하는 등 위안화 조기절상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무르익은 절상여건
중국 내부적으로도 위안화 절상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진단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다만 위안화절상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문제였다.
상하이에서는 핫머니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분위기였다.
중국 정부로선 일단 위안화 절상이 시작될 경우 추가 절상을 예상한 투기자본 유입이 가속화되고,절상이 끝났다고 판단되면 한꺼번에 빠져나갈 위험이 다분해 시기를 놓고 고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판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소장보조(부소장급)는 "중국 내수부문이 활기를 찾고 있는 데다 재정 상태가 양호한 가운데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위안화 절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으나 핫머니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내에서 위안화 절상이 단행될 경우 수출이 타격을 입어 중국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이는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이 가시지 않았던 것도 중국 정부로선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 수출이 33%나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지난해 1년 전체보다도 많은 396억달러(40조원)로 불어나자 중국 정부로선 지금이 위안화 절상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위안화 절상은 예상치 못한(出其不意)시기에,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단행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대로 실현된 셈이다.
◆중국 정부의 물밑 작업
사실 중국은 미국 등의 계속되는 압력으로 지난 3월부터 절상을 위한 물밑 작업을 펴왔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5월 미국 달러,유로,엔,영국 파운드,스위스 프 랑,호주 달러,캐나다 달러,홍콩 달러 등 8개 외국 화폐를 시중 은행들 간에 처음으로 사고팔 수 있게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안화절상을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 달러 등 해외통화에 자국 통화 가치를 연동시키는 싱가포르의 복수바스켓제도를 세심하게 연구해 왔다. 이번에 페그제를 폐지하고 바스켓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절상 폭의 의미
하지만 이번 2.1%의 절상으로 중국이 경제 왜곡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 유럽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어나는 대중국 무역적자와 자국 제조업 실업률 증가로 내부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아온 미국은 최소 10% 이상의 절상을 기대해 왔다. 국제 투기 자금 유입은 최근 완화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절상폭이 2.1%에 그쳐 추가 절상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고,이에따라 다시 중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정지영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