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액션누아르 '달콤한 인생'은 남성 영화이면서도 여성적인 섬세한 소품들을 보여준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한 여성이라 할 수 있는 조폭 두목의 정부 역을 맡은 신민아의 집에서 발견된다.


그녀는 하류인생인 남자들과 다른 상류사회에 소속된 캐릭터다.


상류사회는 화려하거나 비싼 물건이 아니라 책이나 악기 등 품위 있는 장식물로 표현돼 있다.


조폭 하수인 역의 이병헌이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클래식한 조명기구와 베이지색 계열의 첼로 케이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탁자와 구석에는 이국적인 인형들이 놓여 있다.


오뚝이 모양의 이 인형은 러시아의 전통인형 '마트로시카'다.


작은 크기의 인형이 큰 인형의 몸통 속에 들어가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인형의 속이 비어 있는 이유는 행운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마트로시카는 신민아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소품이다.


이병헌이 이런 의미를 알아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앉은 탁자 주변에는 마트로시카가 눈길을 붙든다.


이 인형의 수집가들이 국내에도 많다.


인터넷에는 수집가의 블로그로 넘쳐난다.


온라인 전용 쇼핑몰(http://www.matryoshka.co.kr/)에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하나로 된 마트로시카에서부터 수십 개가 한 묶음으로 진열돼 있는 마트로시카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작은 것은 1만~2만원 선이지만 사람 몸통만큼 큰 것은 100만원이 넘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