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돈 탭스콧·데이비드 티콜 지음,김병두·이진우 옮김,김영사)은 왜 투명성이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으며 그것이 기업경영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들이 투명성에 관한 이론 정립을 시도하고 투명경영의 모범적 실천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디지털 자본'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있기도 한 그들의 오랜 연구와 경영컨설팅 활동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투명경영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수년 전에 발생한 선진국 기업들의 회계부정 스캔들과 이들의 몰락,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각국의 회계제도와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따라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그 근본적 원인을 정보통신 혁명에서 찾고 있다. 인터넷의 발전은 고객,직원,주주,협력업체 등 기업 이해관계자들이 낮은 비용으로 기업의 행동,경영,그리고 실적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액주주들이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토론하고 연합체를 결성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사례들이 있었다. 이제 기업들은 발가벗겨질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그 결과는 기업 경영자들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으로의 권력이동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 기능을 왜곡하던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고 누구나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이 비로소 제대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공개되고 작은 문제점에 대해서도 비난이나 거센 저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관행을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명해진 시장에서는 결국 내실 있는 기업,주주와 고객과 지역사회에 진정한 가치를 창출해주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된다. 이 책은 기업지배구조,기업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경영진과 사원들의 신뢰 수준,협력업체와의 관계,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 투명성의 다양한 차원을 방대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악명 높았으나 이를 앞장서 개선한 나이키 등의 현명한 대응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투명성을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투명성 증가에 따른 힘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기업 환경에서 생존하고 성공하려는 경영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원,고객,협력회사,지역사회,주주 등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 변화를 이해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정광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