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없이 태어나 실습 없이 죽는다.' 1996년 노벨상을 받은 폴란드 여류시인 쉼보르스카는 인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유효기간이 버젓이 찍혀 있고 '두 번 되풀이되지 않는' 시간을 산다는 뜻일 게다. 비상구가 안 보이는 고단한 일상. 괄호 속에 묶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단어지만 마음만 앞설 뿐이다. 죽음을 앞두고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탄식했던 버나드 쇼의 모습이 우리 미래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누구나 이렇게 답답하게 사는 걸까. 시인처럼 '흘러가야만 해. 그것은 아름다우니까'라고 담담하게 노래할 수 없을까. 아니면 아예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라는 직설화법을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대답해 줄 사람은 있을까. 이도 저도 힘들다면 활동 무대와 숨쉬는 뜰을 한번 옮겨 보면 어떨까. '내 치즈는 내가 옮긴다!'(리처드 템플러 지음,황정연 옮김,한국경제신문)는 우리의 꿈을 현실로 변환시키는 장치를 소개한 신간.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며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싶었던,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잊고 있었던 목표 달성의 입안(立案)·실천 과정이 쉽게 설명돼 있다. 5년 전 서점가를 강타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면 이 책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방법론을 보다 구체화시킨다. 저자는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고 생각될 때 진정 자유를 원하는지 묻고 스트레스 자가 진단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판단한다. 더불어 현실적 여건은 어떤지 꼼꼼히 따져본 후 모든 것이 무르익게 되면 10가지 지침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치즈'로 상징되는 좋은 직업,원만한 인간 관계,돈,건강 등 현대인들의 잠재된 욕구를 거침없이 자극한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치즈가 어떤 내용물인지부터 파악하라. 회사가 싫더라도 그곳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자가 있다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치즈가 더 적합한 사람이다. 그럴 경우 탈출하려는 시도는 망상에 그친다. 하지만 직장이 문제라면 스스로 치즈를 만들어야 한다. 현실 안주라는 덫으로부터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가족을 설득하고,현실적인 조건을 따져 빈틈없는 계획을 짜야 한다. 인생을 리드하기 위한 당당한 선언은 이때 필요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물론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나에게 맞는 치즈의 규격과 형태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숨쉬는 이유이다. 176쪽,9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