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벨연구소가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뒤에도 미국의 라디오 제조회사들은 커다란 가구 모양의 진공관 라디오를 파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일본의 소니는 달랐다. 로큰롤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휴대용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기존에는 없던 상품으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한 것이다. 이후 미국 라디오 제조회사들은 거의 전멸했다. 이는 '파괴적 혁신 전략'의 '고객'부문 성공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익성이 높은 기존 고객군에 치중하지 말고 잠재고객에 주목한 결과다. 신간 '성장과 혁신'(클레이튼 크리스텐슨·마이클 레이너 지음,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옮김,세종서적)은 이처럼 창조적인 파괴 전략의 핵심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저자인 크리스텐슨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석좌교수이자 기업혁신 분야의 최고 권위자,레이너는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 이들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는 '존속적 혁신'과 미래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파괴적 혁신'의 차이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별도의 전략을 짜야 두 가지 다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 책의 무게중심은 '파괴적 혁신'에 있다. '남이 나를 파괴하기 전에 내가 먼저 기득권을 파괴해야 살아남는다'는 것. 이를 위해 CEO는 '5년 앞을 내다보고 조직 내부에 혁신가를 키우는 일'과 '그들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제대로 실천하라고 이들은 말한다. 그리고 '사업영역을 보다 넓게 재정의하라-하드웨어 대표기업 IBM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모하는 혁신에 성공한 과정을 떠올려보라''다양하고 조그마한 시도를 장려하라-끊임없는 실패와 실수를 장려한 3M을 기억하라' 등의 실천과제를 제시한다. '독립조직으로 시작하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면서 혁신을 통해 반드시 수익을 내라'는 주문도 곁들인다. 이와 함께 파괴적 혁신전략을 짤 때의 5가지 포인트도 일러준다. '경쟁사보다 나은 제품에 집착하지 말고 다른 것을 만들라-제록스가 복사기 시장에서 거인 IBM을 이겼다''마케팅은 인구통계학적 분석에 매달리지 말고 고객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환경에 주목하라''사업영역과 수익성 문제도 과거 핵심역량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의 가치창출 원천에 집중하라' 등이 핵심이다. 파괴적 혁신 전략을 실행할 때의 5대 요소 또한 중요하다. '경영진-신사업에는 적합한 경험을 지닌 경영진이 좋다.''구조-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혁신의 결과를 모기업이 활용하게 하라.''의사결정-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발견'중심이어야 한다.''기대관리-성장의 지름길은 수익성이다.''리더십-과거의 성공적인 프로세스를 과감히 버리고 어떻게 새로운 여건을 조성하느냐를 고민하라.' 사실 '성장'과 '혁신'은 기업의 생존에 꼭 필요한 두 바퀴다. 생존을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적이다. 말하자면 '혁신-성장-영속기업으로 성공'이라는 선순환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혁신 지침은 반복적으로 실행돼야 의미가 있다.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기업들이 일본 유럽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파괴적 혁신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이제는 중국 인도 등이 한국에 똑같은 전략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며 '파괴적 혁신전략을 반복적으로 성공시켜 새로운 경쟁자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바란다'고 썼다. 392쪽,1만5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