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22일 영국계 자산운용사 헤르메스를 검찰에 고발키로 한 것은 투기 자본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외국계 자본이 투기적 행태로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있어 투자자 보호와 금융질서 확립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근 영국계 펀드 BIH가 대주주로 있는 브릿지증권과 리딩투자증권의 인수·합병(M&A) 계획이 자산 해외유출을 위한 투기적 행태로 지적받으며 감독당국에 의해 무산된데 이어 이번에는 헤르메스가 제재를 받음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어떤 시각을 가질지가 주목된다. ◆예상을 뛰어넘는 중징계 당초 금융당국 주변에선 헤르메스에 대해 검찰고발 검찰통보 경고 주의 등 네단계의 제재 수위 가운데 검찰통보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검찰고발이란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정태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불공정거래 혐의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정황 증거는 있으나 혐의가 약할 때는 검찰통보에 그치지만 혐의가 충분할 때는 검찰고발 조치를 내린다는 것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3월14일부터 18일까지 영국 현지에서 헤르메스 펀드를 조사하면서 상당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헤르메스 등에 적용한 혐의는 증권거래법상 사기적 부정거래금지 위반 등이다. 통상적인 주가조작과 달리 부당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고의로 풍설을 유포하거나 위계를 썼다는 것이다. ◆최고 240억원 추징 가능 금융당국은 헤르메스가 292억원의 시세차익 가운데 80억원가량을 부당이익으로 챙겼다고 밝혔다. 만약 이 같은 혐의가 확정되면 헤르메스는 최고 240억원가량을 추징당하게 된다. 현행법상 부당이익에 대해서는 최고 3배까지 환수할 수 있다. 하지만 헤르메스측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헤르메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당국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며 "언론 인터뷰에서 불공정거래로 볼 만한 어떤 고의적 시도도 하지 않았으며 부당이익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헤르메스는 해당 펀드매니저를 이번 건과 상관없이 면직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헤르메스의 불공정거래 혐의는 검찰 조사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헤르메스측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벗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헤르메스가 검찰에 출두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조사가 제대로 진척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외국인을 강제 체포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