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절상 소식이 전해진 22일 아시아 국가 통화들이 동반 강세를 나타내자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 통화당국이 환율 하락(가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진화에 나서는 등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개장 초 강세를 보였던 일본 엔화 등 주요국 통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이날 달러화와 연동됐던 페그제를 폐지하고 중국과 같이 복수통화 바스켓에 의한 관리변동 환율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아시아 통화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이 밀려오는 모습이었다. 엔화는 이날 도쿄에서 달러당 110.50엔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이후 통화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강세가 주춤해져 111엔 안팎에서 거래됐다. 엔화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아침 뉴욕에서 전일보다 2.4% 급등,한때 달러당 109.87엔까지 오르며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었다. 위안화 절상으로 일본 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일본 재무상은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가 급등할 경우 외환시장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강조,시장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와 관련,스테이트 스트리트 코퍼레이션의 애널리스트 하빈더 칼리라이는 "엔화 가치는 아직도 싸다"며 "이번 위안화 절상은 시작에 불과한 만큼 엔화 환율은 수개월 안에 달러당 100엔 이하까지 하락(가치 상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 삭스의 글로벌 경제분석 팀장 짐 오닐도 "엔·달러 환율이 조만간 달러당 105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엔화 가치가 이미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쿄 미쓰비시증권의 수석 트레이더인 시오이리 미노루는 "엔화 가치가 위안화 절상폭보다 더 오를 이유가 없다"며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싱가포르 달러,대만 달러,필리핀 루피아화 등 주요국 통화도 중국의 위안화 절상 발표 직후 적게는 0.6%,많게는 1.8% 가까이 가치가 올랐다가 이후 소폭 진정세를 보였다. 싱가포르달러는 한때 2%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으나 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상승세가 급격히 꺾였다. 1998년부터 자국 통화인 링기트화를 달러화에 페그시켜 왔던 말레이시아는 이날부터 중국과 마찬가지로 링기트화의 달러화 페그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같이 복수통화 바스켓에 의한 관리변동 환율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달러당 3.8링기트로 환율을 고정시켜 왔다. 홍콩은 그러나 기존의 달러화 페그제를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콩과 함께 중화 경제권인 대만 역시 기존의 관리변동 환율제를 그대로 고수하기로 했다. 한편 아시아 각국 증시는 위안화 절상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본 증시는 장중 한때 1% 넘게 하락했으나 이후 하락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고 대만 홍콩 증시도 전일에 비해 큰 움직임 없이 보합세에서 장을 마쳤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