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란 때로 흥미롭다. 오래 그 자리에 있었으나 무심코 지나쳐 제대로 모르던 걸 알게 만드는 까닭이다. 못났다며 소박 놓으려던 아내가 마지막으로 분단장하니 그 고운 모습에 놀라 도로 들어앉힌다던가. 지폐의 배경 그림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것도 변화가 부른 새삼스러운 눈뜸의 하나로 보인다. 바꾼다니까 지금껏 어떤 게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그렇고,장차 실린다는 그림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도 그렇다. 1만원권엔 세종대왕,5000원권엔 율곡 이이,1000원권엔 퇴계 이황의 초상이 있다는 정도는 알지만 그 옆과 뒤에 뭐가 있는지 정확하게 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1만원권에 싣는다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는 문자 그대로 해와 달 다섯 봉우리에 폭포와 소나무를 담은 그림이다. 삼라만상을 통치하는 국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일월오악도(五嶽圖), 일월곤륜도(崑崙圖)라고도 불린다. 어좌(御座)나 어진(御眞) 뒤에 두는 것으로 경복궁 근정전,창덕궁 인정전 용상 뒤에 병풍 형태로 놓여 있다. 1000원짜리 뒷면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는 겸재 정선이 71세 때(1746년) '퇴우이선생첩'(退尤二先生帖,퇴계와 우암 송시열의 글씨첩)에 그려넣은 '사경도'(四景圖) 중 하나로 퇴계가 '주자서절요서'(朱子書節要序)를 짓는 장면을 나타낸 것이다. '사경도'는 겸재가 외가로부터 '퇴우이선생첩'을 물려받은 뒤 감개무량해 그 조성과 전수과정을 4폭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계상정거''무봉산중'(겸재 외조부 박자진이 무봉산중에 은거한 우암에게 주자서절요서의 발문을 지어받는 장면) '풍계유택'(박자진이 이를 비장했던 겸재 외가댁) '인곡정사'(겸재 자택)가 그것이다. 세종대왕 옆엔 임금의 존재와 권위를 뜻하는 그림,율곡 옆엔 어머니 신사임당의 그림,퇴계 옆엔 그가 고향에서 주자서절요의 서문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을 넣는다는 얘기다. 지폐의 크기와 도안 변경에 따른 논란 끝에 내린 결론일텐데 일단 통일성은 기했다고 할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