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절상 파장] 원화환율 1000원밑으론 안떨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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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외환시장은 전날 밤 터진 '위안화 절상'이라는 기습 재료에 부딪쳐 온종일 진땀을 흘렸다.
장 초반 15원 이상 떨어졌던 환율이 오후 들어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였던 만큼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내림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에 따른 충격이 그동안 원화 환율에 꾸준히 반영돼 온 데다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 의지도 강한 상황이어서 중국이 위안화에 추가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 한 연말까지 '네자릿수' 환율은 유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출렁이는 외환시장
단기적으론 환율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
위안화가 절상된데다 월말 네고물량(수출대금 환전수요)도 잔뜩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범수 제일은행 과장은 "외환당국 개입 등의 영향으로 이날 1020원선이 지지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은 달러공급 우위상황이어서 1010원대 중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위안화가 추가 절상되면 큰 폭의 하락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최정선 신한은행 자금부 부부장은 "그동안 중국 정부의 신중한 외환정책 기조에 비춰볼 때 연내 추가 절상은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안화 추가절상으로 인한 원화환율 급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론적으로 중국은 매일 전일 종가대비 0.3%씩 위안화 가치를 높일 수 있어 특별한 추가 조치없이도 단기간내 위안화가 5% 이상 절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말까지 네자릿수는 지켜질 듯
급격한 위안화 추가 절상만 없다면 연말까지 환율이 1000원선 밑으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된 만큼 환율에 어느 정도 내성이 길러졌다는 분석이다.
위안화 절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이달 21일까지 약 2년 반 동안 원화 가치는 26.8%나 높아졌다.
절상폭이 유로(37.4%)보다는 작지만 일본(16.7%) 대만(9.8%) 태국(5.4%) 등 다른 아시아 주요국들에 비해서는 훨씬 큰 편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과장은 "위안화 절상 조치는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다는 점에서만 놀라울 뿐이지 절상 자체는 충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엔화가 잘 버텨주고 있는 것도 원화 환율의 급락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09엔대까지 떨어지다가 낙폭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곧바로 110엔대로 복귀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연내 1000원 선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안화 절상이 단기적인 재료에 불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정유사 등의 결제 수요가 몰려 1025원 선 위로 가격대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콜금리 인상 지연되나
이날 채권시장도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따져 보느라 하루 종일 분주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 둔화로 인해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 금리가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과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으로 미 국채 금리가 폭등했다는 점에서 국내 금리의 상승세를 점치는 견해가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위안화 절상이 원화 환율의 큰 폭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금리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멀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원화환율 하락이 '수출 증가세 둔화→성장률 하락→저금리 기조 유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딜러는 "위안화 절상은 국내 통화정책의 팽창기조 유지 기간이 길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