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눈물은 왜 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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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로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숫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 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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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 못지 않게 궁핍한 시인 아들.어느 여름날,고단한 세월 뒤로하고 귀향하는 어머니와 그의 아들과 푸근한 음식점 주인이 빚어내는 풍경이 슬프면서도 그림처럼 아름답다.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어머니는 고기 대신 설렁탕 국물을 아들에게 먹일 수 있을 뿐이다.
그 설렁탕 국물은 평생 애태우며 지켜봐온 자식에게 어머니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이리라.삶은 언제나 부족하고 쓸쓸하다.
그 부족함을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나가고 있는가.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