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22일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 문건'과 관련,대기업 고위간부와 중앙언론사 사주가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에게 1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들어있다면서 실명을 거론하며 보도했다. MBC는 또 전 법무부장관 등 검찰 간부 10명도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떡값'을 제공받았다고 보도해 이번 사건의 파문은 정치권 언론 재계를 넘어 검찰로까지 번지고 있다. 다음은 이날 MBC가 보도한 분야별 주요 내용. 옛 국가안전기획부 특수도청팀이 작성했다고 MBC가 보도한 내용에는 모 대기업이 검찰 고위 간부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도 등장해 도청내용 공개 파문이 기업과 검찰의 유착 의혹으로 번질 태세다. 이 대기업이 검사들의 지위에 따라 5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의 명절 떡값을 주기적으로 건넨 것으로 안기부 내부 분석 문건에 나와 있다는 것. 22일 MBC 보도에 따르면 97년 9월 대기업 고위 간부와 중앙일간지 사주는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나 평소 관리해온 검찰에 명절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상의했다. 대화는 중앙일간지 사주가 "추석의 관례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사들에게 떡값을 건네야 하지 않느냐"고 권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으며,이에 대해 대기업 고위 간부가 "할 만한 사람에게는 하고 있다"고 답하자 검찰에 대한 인사치레 얘기가 나왔다는 것. 떡값은 검사의 지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MBC는 이어 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전·현직 검찰 간부는 모두 10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은 검사장급 이상의 고위 간부이며,전 법무부 장관 K씨와 C씨,전 법무부 차관 H씨, 당시 모 지청 차장 K씨,모 지검 부장 H씨 등이라고 밝혔다. 나눠줄 떡값은 대기업과 신문사측이 절반씩 맡아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법무장관급은 2000만원 정도로 해야 한다는 얘기도 오갔다. 당시 이 대기업의 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당사자들은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강력 부인했다. 서울지역 명문고 동문이 대부분인 이들은 MBC의 보도내용에 대해 한결같이 펄쩍 뛰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촌지 수수설을 일축하거나 언론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퇴임했으나,최소 2명 이상은 현직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현직에 있는 분들은 왜 그 문건에 자신들의 이름이 거명됐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진상 파악을 한 뒤 이 문제의 처리를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 MBC 보도 주요내용 > △ 여당 후보지원을 위한 자금전달 계획을 논의.계획대로 실행됐으면 불법자금은 100억원이 넘는 규모다. △ 여당 후보 캠프로 (자금을)전달하는 역할은 후보의 고교후배와 언론사 편집국장을 지낸 현 의원이 맡았다. 이어 여당 후보 동생은 새 자금창구로 선정된 다음 날 전화를 걸어 오리발(현금)을 요청했다. △ 2명이 15개를 운반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30개는 무겁더라.결국 3명이 백화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 모 언론사 사장은 여야 대선후보들을 번갈아 만나며 선거전략까지 조언했다. △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최고위급 검찰 간부들에게 거액의 떡값이 뿌려졌다. 떡값을 주자고 거론된 전·현직 검찰 간부는 모두 10명.이 가운데 5명은 검사장급 이상의 고위 간부다.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전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