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와 관련, 정치자금 부분에 대해서는 안기부 작성문건을 인용해 당사자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상세히 보도했다. ◆계획대로 실행됐다면 100억원 넘었을 것 이 문건에 나와있는 계획대로 실행됐다면 전체 자금지원규모는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언론사 사주는 "A후보(여당 후보)가 안을 짜가지고 올테니 기다려 보겠지만 15개 정도가 아닐까"라고 예상했다. 문건은 15개가 15억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선이 끝난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중앙언론사 사주는 "A 후보의 한 측근을 통해 30억원을 줬는데 다 써버렸다,또 다른 측근을 통해서는 18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A후보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으로 대충 11억원이 소요되는 것 같다"고 중앙언론사 사주가 말하자 대기업 고위간부는 그 자리에서 승락했다. 한 달 후 대기업 고위간부는 중앙언론사 사주에게 '회장님'의 방침이라며 추가 지원지시를 전달했다. A후보에게 30개를 주라는 것. ◆전달통로는 여당후보 측근의원과 중앙일간지 전 편집국장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A후보 캠프로 전달하는 역할은 A후보의 고교후배인 B의원과 중앙일간지 편집국장을 지낸 C씨가 맡은 것으로 이 안기부 문건에 나타났다. 중앙언론사 사주가 대기업 고위간부에게 "우리가 주는 것이 얼마인지 'B'가 알고 싶어한다"며 "매번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묻자 대기업 고위간부가 "얘기 안하는 게 좋다"고 대답했다는 것. 중앙언론사 사주는 대기업 고위간부에게 "C를 통해 모두 18개나 줬는데 그걸 다 바친 모양"이라면서 "이번에 좀더 생각해 줘야겠다"고 건의했다. ◆현금전달 창구 단일화 1997년 9월초 중앙언론사 사주는 대기업 고위간부에게 A후보를 만난 결과를 보고했다. 관심사 중 하나는 자금지원 창구. 중앙언론사 사주가 "앞으로 돈문제에 대해 누구를 창구로 했으면 좋겠느냐고 논의한 끝에 D씨(A후보의 동생)로 하자는 데 합의했다"며 "D씨는 새 자금창구로 선정된 다음 날 전화를 걸어와 오리발(현금)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중앙언론사 사주는 "D씨를 집으로 오라고 해 2개를 차에 실어 보냈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중앙언론사 사주는 "2명이 15개를 운반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30개는 무겁더라"면서 해당 대기업 비서실 임원과 자신,D씨 등 3명이 한 백화점 주차장에서 만나겠다고 말했다. ◆야당후보에게도 접근 중앙언론사 사주는 야당후보를 찾아간 사실을 대기업 고위간부에게 전했다. 중앙언론사 사주는 "야당 후보가 회장께 편지를 보내왔다. 곧 보내겠다. 일반 봉투에다 스카치테이프로 봉한 것으로 보아 특별한 내용은 없을 것 같다. 단지 호의에 대한 감사내용일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