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전격 단행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팍스 시니카'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팍스 시니카(Pax Sinica)란 한 마디로 '중국에 의한·중국을 위한·중국 중심의 질서'를 말한다. 중국이 이번에 위안화 절상을 전격 단행하고 팍스 시니카의 야망을 꿈꿀 수 있도록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높은 경제 성장세다. 올 들어서도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해온 경기조절 정책을 무색케 할 정도로 9% 이상의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오는 2020년이 되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에는 정치·군사적으로도 슈퍼 파워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18세기부터 서양 열강과 일본에 의해 침탈당한 식민지 역사를 보상받고 20세기 초의 팍스 브리태니아, 20세기 후반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이어 21세기를 중국의 세기로 만들겠다는 팍스 시니카의 부푼 야망을 실현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이번 위안화 절상으로 팍스 시니카의 선결과제인 중국을 재결합하는 작업은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안화 절상은 화인자본의 위상을 높여 지난해 말 중국과 아세안 10개국 간의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토대가 마련된 화인경제권이 이미 태동된 중화경제권에 이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위안화 절상과 세력확장 과정에서 나타날 중국으로의 쏠림현상으로 주변국과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더욱 절실해진 아시아 국가 간 협력과,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미국의 압력에 공동 대응차원에서 아시아 단일통화 도입 논의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아시아 단일통화 방안으로 '아시아 유로화'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가장 활발했다. 올 들어서는 '엔민폐'를 도입하자는 방안이 제기됐다. 엔민폐(Yenminbi)란 일본 엔화의 '엔(Yen)'과 중국 위안화인 '런민폐(Renminbi)'의 합성어를 말한다. 현실적인 여건도 충족돼 있는 상태다. 경상거래 면에서 아시아 교역의 양대 중심국은 중국과 일본이다. 자본거래 면에서는 엔화와 위안화 자금을 차입해서 쓰는 아시아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약 엔민폐가 도입될 경우 아시아의 협력 논의에 있어서 우리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위안화 절상이 단행된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한국도 '원민폐'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원민폐(Wonminbi)란 한국 원화의 '원(Won)'과 중국 위안화인 '런민폐(Renminbi)'의 합성어다. 현 시점에서 원민폐를 도입하는 문제는 엔민폐보다 어렵다. 이 제안에서 배워야 할 것은 위안화의 추가 절상과 엔민폐 도입 과정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원민폐를 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원화의 위상을 높여 나가는 동시에,현 정부가 추진하는 동북아 금융허브 과제가 이제는 '말'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가 시급함을 시사해 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