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을 가다] <1> 이탈리아 세라발레 아울렛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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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혁명이 기존 시장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가격파괴와 복합쇼핑몰의 등장은 시장의 기본 개념조차 뒤흔드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세계 유명 시장들은 어떻게 명성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인가.
신흥시장은 어떤 컨셉트를 도입해 그 뿌리를 내려가는 것인가.
현지 심층취재를 담은 '세계의 시장을 가다'를 매주 월요일자에 게재,그 해법을 찾아본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대한항공 후원이며,주변 지역 관광지 소개도 곁들인다.
양복 넥타이 와이셔츠에서 신발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명품 베르사체로 멋을 내보자.패션의 본고장인 밀라노 부티크에서도 최상품은 아니어도 2400유로,우리 돈으로 30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양복 한벌만도 최소 150만원을 웃도는 고가품이다.
한국 백화점에서는 이보다 더 비싸다.
그렇다면 현지 부티크의 3분의 1도 안되는 100만원으로 온몸을 베르사체로 치장할 수는 없을까.
여름 휴가기간 중 밀라노와 제노바 사이에 위치한 세라발레 아울렛을 찾아가면 그 같은 상상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대규모 여름세일 중인 세라발레 아울렛 내 베르사체 매장은 양복 460유로,와이셔츠 115유로,넥타이 39유로,구두 119유로를 특판가로 제시하고있다.
모두 합쳐 733유로,우리돈으로 100만원을 밑돈다.
외국인의 경우 10% 이상의 부가가치세를 돌려 받을 수 있어 그만큼 더 싸진다.
아울렛몰 전문 개발업체인 맥카서 글렌이 지난 2000년 문을 연 세라발레는 유럽 최대 디자이너 아울렛몰.특히 세계패션의 본산인 밀라노가 가까이 있어 그 품질에 더욱 믿음이 간다.
5년 전 63개 점포를 오픈한 이후 해마다 확장,현재는 영업점이 150개를 넘고있다.
밀라노의 유명세를 업은 덕분인지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금년 말 완공을 목표로 4단계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총 면적은 1만평.전세계 명품시장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세라발레에서는 전세계 디자이너들의 패션은 물론 스포츠웨어 완구 향수 가정용품 등 웬만한 유명 브랜드를 모두 접할 수 있다.
패션가를 들어서면 프라다 불가리 돌체&가바나 트루사르디 폴리니 버버리 등 유럽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국 캘빈클라인 등 다른 지역 디자인 제품과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전문 대형 매장도 눈길을 끈다.
이 곳은 특히 7월 중순 이후 1개월과 1월 한달 등 연중 두차례 대규모 세일을 한다.
밀라노 유명 부티크의 정기 세일기간을 전후해 30~50% 더 내린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 들인다.
올해는 밀라노 패션가가 불황과 때 이른 더위에 대응,7월 말 정기세일을 한달 앞당기자 이곳도 7월 초부터 전격 세일에 나섰다.
부티크에서 250유로가 넘는 불가리 스카프를 130유로(16만원),넥타이는 75유로(9만5000원)에 살수있다.
아디다스 러닝슈즈는 불과 30유로(3만8000원).
세라발레가 SALDI(세일) 글자로 뒤덮이자 대표적 명품 애호족인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세라발레 관계자는 주말이면 5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가득찬다며 특히 명품 패션 매장은 발디딜 틈이 없어 때로는 일부 점포는 입장객수를 20~30명씩 제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25~44세가 주 고객이며 1명당 평균 3시간 이상 쇼핑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이 싼값에 명품을 팔 수 있는 것은 공장 이월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아울렛의 특성을 백분 활용,유통비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라노 부티크 관계자들은 명품이 아니라고 폄하한다.
밀라노 명품거리의 중심인 몬테 나폴레오네 상가 대표인 클라우디아 부체라티씨는 "세라발레에서 유통되는 물건은 이곳에서 출시된지 1년 이상이 지난 제품"이라며 정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세라발레측도 이런 지적을 인정,명품이란 말대신 '디자이너 아울렛'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불가리 등도 상호에 반드시 '팩토리스토어' '컴퍼니스토어' 등을 명기하고 있다.
아르마니 구치 펜디 제냐 등 일부 유명 브랜드는 자체 아울렛을 고집하면서 이곳 입점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세라발레 아울렛에서 품질을 탓하는 고객은 별로 없다.
분야별 최고 제품만이 입점이 가능해 다소 때는 지났지만 제품의 질은 최고이기 때문이다.
또 유명 브랜드를 구입하면 최소 5년 이상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1년 정도 지난 제품을 전문 부티크의 절반값에 산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
특히 연중 두차례 실시되는 세일 기간에는 그 값이 정상가 대비 70% 이상 떨어진다.
최신 유행만을 좇는 밀라노 부티크의 고객과 차별화된 소비자를 전세계를 대상으로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라발레(이탈리아)=김영규 부국장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