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차이나 머니'의 파워가 한층 커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세계통화인 미국 달러에 맞서는 '강(强) 위안화'시대가 오고 있다는 뜻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지난 23일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구매력 확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석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시장과 인수합병(M&A)시장을 휘젓고 있는 차이나 머니가 통화가치 상승이라는 날개를 하나 더 달게 됐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경계령'이 울리고 있다.
중국 난징자동차는 파산한 영국 MG로버 자동차를 8700만달러에 인수했다고 주간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가 22일 발표했다.
위안화가 절상된 지 불과 하루 뒤에 이뤄진 일이다.
인수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앞으로 위안화가 추가 절상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자 로버측이 환차익을 의식해 M&A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던 국제유가도 들썩거리고 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물 가격은 중국이 앞으로 차이나 머니를 내세워 원유를 '싹쓸이'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되면서 배럴당 58.65달러로 전날보다 2.66%(1.52달러) 급등했다.
구리 가격도 파운드당 1.6035달러로 2.1%(3.35센트) 올랐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중국의 구매력 확대는 세계 M&A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미국과 중국 사이에 현안인중국 해양석유공사(CNOOC)의 미 9위 정유업체 유노칼 인수 문제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시누크는 이 회사 인수를 위해 현재 185억달러를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시누크는 위안화가 2.1% 절상된 효과로 가만히 앉아서 베팅액을 188억8800만달러로 늘릴 수 있게 됐다.
2003년 중국 징둥팡(BOE)이 하이닉스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사업부문을 인수할 때 투입한 자금(3억8000만달러)만큼의 구매력이 한 순간에 생긴 셈이다.
미 정부와 의회가 안보문제 차원에서 문제시하고 있어 시누크의 인수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하지만,유노칼 인수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해외 M&A는 1999년 2억달러에도 못미쳤지만 지난해에는 19억3000만달러(10월 말 현재)로 급증했다.
시누크 사례에서 보듯 회사당 인수액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통신 호텔 유통 등 서비스부문에서도 중국 기업의'쩌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위안화는 향후 1년 새 10% 정도 추가 절상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M&A시장에서 중국의 파워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일본 다이와증권의 사지 다이쓰케 이사는 "지난 80년대 일본 기업의 해외 M&A가 급증한 것도 엔화 절상이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 상품의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은 활발한 M&A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선진국이 독점하다시피 해왔던 연구개발 브랜드 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부문도 중국에 의해 잠식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强)위안화 시대'의 생존전략을 새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