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5일 오전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정무관계 수석회의를 열어 지난 1997년 기업 대선자금의 '통로역할'로 논란을 빚고 있는 홍석현 주미대사 문제 등을 논의한다. 이 회의에는 김병준 정책실장,이강철 시민사회·문재인 민정·조기숙 홍보 수석 등이 참석한다. 청와대 정무관계 수석회의는 열리우리당을 비롯한 여권 내에서 홍 대사의 '자진사퇴론'이 급격히 확산되는 와중에 열리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아직까지는 '지켜보자'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정무관계 수석회의 개최 사실을 밝혔다. 이와 관련,여권 수뇌부는 '선(先) 진상규명,후(後) 거취결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홍 대사 스스로가 사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홍 대사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사건건 대립해온 개혁·보수 진영 모두 이 문제에선 이견이 없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녹음테이프가 위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공인으로서 거취를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장선 제4정조위원장도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 국민에게 충격을 주는 내용인 만큼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본인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거취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가세했다.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은 "(사퇴)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간사인 박상돈 의원은 "홍 대사가 도덕적으로 흠이난 상황인 데 한국의 대표로서 미국 대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겠는가"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문학진 의원도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 얼토당토 않은 범법을 저질렀다"며 "6자회담 문제가 있지만 스스로 빨리 물러나야 하고 필요하다면 삼성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 특검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의 이 같은 목소리는 불똥이 여권에 본격적으로 옮겨붙기 전에 사태를 조기수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또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등 비난여론이 여권으로 향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한편 홍 대사는 공보공사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적절한 방법으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자신의 거취문제를 밝혔다. 이재창·허원순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