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천 표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중국은 21일 환율제도를 바꾸면서 위안화를 2% 절상했다. 이런 절상폭은 널리 예견되고 주장됐던 것보다 아주 작아 그 자체 직접적으로는 국제무역이나 자본이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아니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점진적인 경제개방의 길을 가고 있는 중국이 개방화의 일환으로 우선 환율제도를 환율유동화가 가능한 바스킷제도로 바꿔놓고 2%의 절상을 단행했다는 사실이 앞으로 더 이상의 환율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이해된다는 점에서 더 큰 중요성을 띤다 하겠다. GDP 8% 내외의 경상흑자를 가지고 있고 미국으로부터 한때 25% 내외까지의 대폭 절상을 요구받기도 한 중국이기에 이번 2%의 소폭 절상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매우 작고 불충분한 것이라 하겠다. 그것은 그저 차후 이뤄질 단계적 절상의 첫걸음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이번 절상도 그 방향 면에서는 중국의 수출을 줄이고 경쟁국의 수출을 늘리는 등의 효과를 가질 것이나 그 규모면에서의 효과는 미미하리라 여겨진다. 반면 앞으로 위안화의 추가적 가치상승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중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절상은 우선적으로는 그동안 미국의 압력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라 하겠으나 중국 국내적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잉유동성 속에 많은 부실금융회사와 연관된 금융위기의 가능성이라는 문제 및 5000억달러의 미국 달러자산을 포함, 전체 7000억달러로 추정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로부터의 자본손실 문제를 갖고 있는 중국에 이번 절상은 적어도 그 방향에서는 이런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 전체에서 보면 이번 중국의 절상은 말레이시아의 달러 페그 포기 및 홍콩의 커런시 보드(currency board)제 졸업 등과 더불어 사실상 고정환율제로 운영돼온 그동안의 소위 브레튼우즈Ⅱ 체제를 마감해 가는 변화의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이런 국면의 다른 쪽에서 중국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으면서 숨어있는 자본손실을 역시 감수하고 있는 일본 한국 대만 등도 이런 환율제도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될 것이다. 최소한 이들 국가에서도 다소간의 미국 달러대비 절상이 있을 것이다. 근년 미국은 연간 6000억달러에 이를 정도의 막대한 경상적자를 가지고 있고 이런 적자의 상당부분을 아시아 경상흑자국들로부터의 자본유입으로 메워 왔다. 그러나 이런 양상의 경상수지 불균형 체제는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번 중국의 소폭 위안화 절상이 가지는 신호효과는 이런 불안정성과 위험성에 대한 대응으로서 브레튼우즈Ⅱ를 벗어나 정상적 국제수지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체제를 지향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신호효과는 아직은 소폭이고 불충분하다. 또 정상적 국제수지 적응 메커니즘의 회복은 중국이나 기타 아시아 경상흑자국의 변신만으로는 안 되고 미국의 변신도 절대 필요로 하는 것이다. 단 아시아 흑자국이나 미국의 이런 적응의 정도는 과도하게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이 과도하게 되면 미국은 내수와 고용을 희생해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중국 등 아시아 외환 고보유국들도 수출과 고용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적응은 어느 나라에서도 단기간에 급격히 이뤄지는 것으로 돼서는 안되며,적정 정도를 탐색하는 사실상의 시행착오 과정을 겪어야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위안화 절상을 계기로 많은 나라에서 조금씩 적응이 이뤄지게 될 것이고,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런 적응을 반영해 각국의 환율과 외환보유고도 변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미국 달러와 비달러 사이에서 자산 포트폴리오가 후자의 비중이 커지게끔 바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