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나 쿠바에 발령났어." "(5초간의 침묵)…정말 거기를 말하는 거예요?"
오는 9월 문을 여는 쿠바 아바나무역관 개설 요원으로 발령받은 조영수 KOTRA 차장(44)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집사람이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는 줄 알더라"면서 지난달 일본에서 아내와 통화한 내용의 일부를 소개했다.
조 차장은 일본 아이치 엑스포장 한국관에 파견돼 근무하던 중 '뜻밖의' 발령을 받았다.
다음 달 1일까지 현지에 도착,무역관 개설 준비에 들어가라는 것.조 차장은 지난 2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칠레 산티아고 무역관에서 근무해 중남미 국가 경험이 있는 조 차장이지만 미수교 국가인 쿠바는 그에게도 낯선 나라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쿠바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느라 지난 한 달을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미수교 국에 무역관을 개설하는 것은 지난 90년대 초 동구권 나라들 이후 처음이지요. 이런 기회는 KOTRA맨이라도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과 한국 기업을 위해 기초를 잘 닦아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조 차장은 쿠바가 우리에게 '미지의 나라'지만 한국 제품의 우수성은 이미 현지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쿠바에서 판매되는 TV의 40%가량이 한국산일 정도로 우리 제품이 그곳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이제는 북한만큼이나 한국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라고 하니 무역관을 개설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꼬레(코리아)'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만 근무 여건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다른 나라에 근무하는 KOTRA 직원들이 외교관 여권을 받는 것과 달리 조 차장은 민간인 신분으로 쿠바에 입국한다.
또 인터넷과 전화 등 통신이 열악하다는 말을 현지를 드나드는 한국인 사업가들을 통해 전해 들었다.
아이들 교육 문제는 언제나 고민거리다.
조 차장은 "어려움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바나 무역관을 굳건하게 세워 놓은 다음 기회가 온다면 평양 초대 무역관장으로 근무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