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충남 석문면 삼봉리 사거리.서해안고속도로와 대산석유화학단지를 잇는 관문인 이 곳은 대형 트럭과 탱크로리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폭 6m의 왕복 2차선 도로가 교차하는 이 사거리를 통과해야 롯데대산유화 삼성토탈 LG대산유화 현대오일뱅크 등 4개 초대형 석유화학공장으로 향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로 향하는 초대형 탱크로리는 반대편 차선을 넘어 인도까지 침범하고서야 가까스로 방향을 좌측으로 틀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차량은 20~30분을 기다려야 제 방향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다. "휴가철에는 인근 해수욕장으로 몰려가는 차량과 섞여 이 사거리를 통과하는 데만도 1시간이 걸릴 정도"라는 게 현지 업체들의 설명이다. 도로의 병목현상때문에 각 업체들은 매년 급증하는 물류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초대형 트럭이 인도까지 침범하는 바람에 교통사고도 잦다. 인근 주민들도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갑자기 사라지는 38번 국도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를 빠져나오면 왕복6차로의 38번 국도는 막힘이 없다. INI스틸 현대하이스코 동부제강 등 당진철강단지를 드나드는 차량은 교통체증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약 20분을 달리자 사정이 달라졌다. 송산면 가곡리에서 도로가 갑자기 끊긴 것.이곳에서 병목현상에 시달리는 왕복 2차선을 이용해 1시간을 넘게 달려야 대산석유화학단지에 도착할 수 있다. 38번 국도의 송악IC~대산 구간은 늘어나는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1985년 건설에 착수했지만 1998년 송악IC~가곡 구간만 개통됐을 뿐이다. 가곡~석문~대산(25.26㎞) 구간은 2003년 착공 예정이었으나 3년째 공사가 미뤄지고 있다. 외환위기 등으로 인근 석문국가산업단지 분양이 지연되자 감사원이 공사를 보류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곳은 날로 심화되는 교통지옥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단체 등이 나서 도로의 조기 완공을 정부에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으나 착공은 아직 요원하다. 대산단지는 석유화학 4사와 한국석유공사 저장시설 등 중화학 공장이 밀집한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대산 4사의 연간 제품생산량은 2250만t으로 이 가운데 도로를 통한 수송물량은 연간 1000만t 규모(대형트럭 하루 1500여대분)에 이른다. ◆"연간 150억원이 샌다" 충남도에 따르면 석문교차로의 교통량은 하루 4만여대.더욱이 인근 석문국가산업단지의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대산단지도 대규모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물동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산 4사 및 한국석유공사는 오는 2009년까지 모두 6조원의 신규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2조원을 들여 석유비축기지 건설을 확정한 상태다. 이렇다보니 이곳의 기업들은 도로확장이 급선무다. 새 도로가 완공되면 운행시간이 30여분 단축되는 등 물류비가 절감되기 때문이다. 조인성 삼성토탈 상무는 "도로가 좁고 꾸불꾸불해 차량의 평균 속도가 시속 25㎞정도에 불과하다"며 "국내 3대 유화단지의 동맥이 이 정도라면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산 4사 및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들의 연간 물류비는 1200억원.도로가 정상적이라면 물류비의 15%는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150억원이 길에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김용우 충남서부상공회의소 팀장은 "대산단지는 울산이나 여천과는 달리 철도가 없어 도로에만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주민생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38번 국도의 조기착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산=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