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구 씨의 영결식과 노제가 열린 24일 오전 창덕궁 희정당 앞에는 전국 각지의 전주이씨 종친회에서 버스를 대절하거나 가족끼리 조문을 온 경우가 많았다. 인천 송도에서 종친회원들과 함께 왔다는 변정수(70) 할머니는 "남편이 전주이씨 가문"이라며 "일본땅에서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처음 TV 뉴스에서 접했을 때 슬퍼서 울기도 했다"는 그는 "진작에 한국땅에서 사셔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행렬을 지켜보던 신옥희(80) 할머니는 "덕혜옹주, 영친왕, 순종황제비인 윤비,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의 장례 등 조선왕실 장례를 이번으로 벌써 5번째 직접 거리에 나와 지켜보게 됐군요"라고 말했다. 그는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 "나라를 빼앗긴 비애도 서러웠는데 고인이 일본땅에서 쓸쓸히 돌아가셨다"며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일본 황실에서 왔다는 일본인 4명이 내빈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이들 중 대표격인 다카노 나시모토(68) 씨는 자신이 "이방자 妃 아버지의 양자의 양자로 어려서 이구 씨랑 함께 자랐다"고 밝히고 "고인은 한국과 일본의 친선을 도모하다가 이제는 영원히 왕족의 한 사람이 되었다"며 "고인을 따르던 한ㆍ일 양국의 사람들이 영원히 고인을 마음 속에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이씨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영결식 뒤 노제가 치러지는 종묘로 가던 자리에서 "올해는 을사조약 100년,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라고 운을 뗀 뒤 "고인의 서거 시기와 장소(일본 도쿄)가 공교로운 시점에 오늘 참석한 일본 대리대사도 황세손 서거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노제로 가는 반차행렬을 따라나섰다. 이날 영결식과 노제에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과 함께 '조선왕실의 마지막 장례'라는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도 많았다. 많은 시민이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기의 카메라로 연신 반차행렬과 영정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방송 카메라맨과 사진기자 등 취재진 뿐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반차행렬을 찍는 시민들을 통제하던 진행요원들의 짜증 섞인 고함도 종종 들려왔다. 회사원 곽진환(43) 씨는 "초등학생 3ㆍ4학년인 자녀들에게 '조선왕실의 마지막 장례'를 보여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해 가족들을 이끌고 나왔다"고 말하며 기자에게 고인의 영정과 반차행렬을 찍은 디지털 카메라의 LCD 창을 보여주기도 했다. 종로 대로를 지나던 금발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갑작스런 색색의 전통 장례행렬을 보고 놀란 듯, 행렬을 바라보거나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회의 참석 차 내한했다는 미국 콜로라도주 거주 앨리슨 브라운이라는 여인은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장례식도 가봤는데 그 때보다 규모가 훨씬 커서 놀랍다"고 말하고 "잘은 모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슬픈 순간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붉고 노란 옷을 입은 만장행렬과 취타대를 보며 그는 "정말 풍부한 역사를 지닌 나라인 것 같다(such a rich history)"며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