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 남북 대표단은 중국 베이징에서 사전 접촉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틀을 마련키로 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 시내 한 음식점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만나 이 같은 원칙에 서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회담기간 중 수시로 양자 협의를 갖고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에 협력키로 했다. 이는 북한이 우리측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고 핵문제 해결에서 남북관계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주목된다. 우리측은 특히 이날 남북 양자협의에서 우리의 대북송전계획인 '중대제안'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입장 설명을 요청하고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핵군축 회담주장을 재론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그러나 분명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 차관보는 이와 관련,북측의 반응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이 4차 6자회담에서 대북 안전보장을 위한 공동제안을 하기로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가능한 얘기기는 하지만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측 대표단은 25일 숙소인 중국대반점에서 조찬을 겸한 한·미 양자 접촉을 가진 뒤 오후에는 한·일 양자 접촉도 갖는다는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와도 26일 양자협의를 할 예정이다. 한·미 양자 협의는 우리측이 남북접촉을 통해 파악된 북한의 입장을 전하고 양국이 대책을 조율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4일 베이징에 도착,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4차 회담이 마지막 회담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측정할 수 있는 진전'을 이룩하고 싶다"고 말해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 대표단이 지난 22일 일찌감치 도착한 북한 대표단과 본 회담 전에 양자접촉을 가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의 핵동결·폐기와 대북 경제지원 및 체제보장 등 보상문제가 북핵문제를 푸는 실질적인 해법이지만 고농축 우라늄(HEU) 핵프로그램 문제와 북한의 핵군축 주장 가능성 등 악재들도 있는 만큼 회담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