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식 < 건국대 교수 > 고령화의 문제는 각 개인이 자신의 생애에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신의 소득보다 더 적은 소비를 하면 자녀에게도 후세에게도 고령화는 사회적 축복이며,노인들은 사회적 자산이다. 따라서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바로 안정적 연금저축을 촉진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퇴직금제도의 연금화를 위한 퇴직연금제도가 금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정부의 시행령이 결정단계에 있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기업이 직접 운영하던 법정강제제도를 민간 금융회사가 인수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정책의 신뢰도에 입각한 장기적 비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997년부터 적용된 퇴직금제도의 개혁은 중간정산제도 임금채권보장제도 등으로 개선된 듯 보이지만,사실은 중간정산이 합리화되면서 근로자들의 쌈짓돈이 됐고,그마저 IMF와 이어진 불경기,정리해고 등으로 퇴직금 자산을 부실한 투자와 생계비 등으로 사용해 의미없는 개혁이 돼버렸다. 다가올 2005년 12월은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으로 또다시 새로운 개혁을 도모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안정적 제도로 정착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노사,금융보험업계 간의 이견 조정에만 얽매여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제도의 개혁이 조정에만 그치고 있다. 1994년 본연의 연금제도가 아닌 금융실명제로 예금이 이탈할 것이 두려워서 도입한 개인연금의 재판이 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이제부터 퇴직금제도는 사실상 전체 근로자가 적용받게 돼 어설픈 제도의 도입은 근로자의 노후 준비를 헛수고하게 할 수 있다. 아무리 노사합의에 의해 퇴직연금 상품을 결정해야 한다고 해도 노사관계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퇴직연금의 성공은 정부의 강력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퇴직금제도는 50년 이상 국민연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받아온 관습이자 제도이며 사회적 인프라였다. 때문에 사회적 위치가 대단히 크다. 따라서 현재까지 논의된 퇴직연금제도는 보다 노후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기업 내에서 하나의 표준화된 연금제도를 무조건 선택하도록 하고,근로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 퇴직일시금 등이나 다른 형태의 연금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법안은 기본적으로 일시금과 연금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현행의 일시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연금이 아닌 것은 퇴직금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둘째,퇴직일시금제도에 대해서는 개인퇴직계좌에 적립되지 않으면 일반 과세해야 한다. 4대 사회보험이 전 국민에게 적용되고 있는 만큼,기업의 끊임없는 임의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법정퇴직금은 더 이상 개인의 일상적 자금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되고,법적인 노후 보장 장치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셋째,연금의 보장성이 중요하다. 현행의 퇴직금제도는 급여가 최종임금과 근속기간에 따라 결정되는 사실상 확정급여형 제도이며 연금수급의 책임이 근로자에게 없다. 따라서 퇴직연금제도는 퇴직일시금제도의 연장선상에서 보장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더욱이 근로자들의 투자교육이 부재하고,매우 취약한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에서 개인이 관리하는 제도의 연금 보장성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자본시장이 보다 성숙될 때까지 확정급여형 연금의 범위는 퇴직금 가운데 일정 한도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와 기업간의 파트너십이다. 퇴직연금제도의 성공은 노사관계의 성공으로 보아도 된다. 이것이 퇴직연금의 보장성이 강화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