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제기한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진정서에 거론된 관련자들도 곧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어서 두산그룹의 경영에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측은 지난 21일 검찰에 낸 진정서에서 박용성 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이 위장계열사를 통해 1700억원의 비자금과 800억원대의 외화를 해외로 밀반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됐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검찰 수사 본격화


검찰은 서면 질의를 거친 뒤 진정서를 낸 박용오 전 회장과 의혹의 당사자인 박용성 회장,박용만 부회장을 직접 소환해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비자금 조성과 외화 밀반출 혐의가 포착되면 두산그룹에 대한 압수 수색에도 나서게 된다.


두산은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그룹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내부조직 재정비에 들어갔다.


◆경영 차질 우려


그룹의 총사령탑인 박용성 회장과 실무총괄을 맡고 있는 박용만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경우 두산은 경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다음 달 1일 예정된 창업 109주년 기념일 행사는 물론 올 연말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던 박용성 신임 회장으로의 경영승계 일정과 작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일부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당초 7월로 예정돼있던 두산 고유의 경영철학인 '두산웨이(Doosan Way)'의 발표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당초 두산그룹의 모든 임직원이 공유해 의사결정과 행동의 기준이 될 핵심가치들을 담은 경영철학인 '두산웨이'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논의 끝에 내년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용성 회장도 지난 주말로 잡혀있던 해외출장을 취소했다.


두산중공업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동지역 9개국 10개 프로젝트를 현장시찰키로 했던 박용만 부회장의 출장 일정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특히 이번 사태로 기존의 오너경영 체제에 대한 임직원들의 심리적 동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목소리 높이는 노조


계열사 노동조합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은 이날 창원공장 노동자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룹 경영비리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700여명의 조합원들은 "형제 간의 경영권 쟁탈전에서 전직 그룹의 총수가 비리내용을 직접 고백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관계기관은 경영비리에 관한 내용의 엄중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없이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오는 27일 두산인프라코어,두산산업개발 노조와 함께 상경투쟁을 벌일 방침이다.


김홍열 기자·창원=김태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