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일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대강당.우리나라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주니어칼리지(JC) 학생 540명과 싱가포르 정부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레이몬드 림 재무부 차관(45)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핵심 주제는 '블루오션전략'이었다.


싱가포르의 생존 전략을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림 차관은 "이전까지는 남들과 똑같은 일을 더 잘하는 게 성공의 열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신 시장을 만들자는 블루오션으로 가는 것이 싱가포르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상식으로 차관과 고등학생이 경영 전략에 대해 토론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낯설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일찌감치 나라 전체를 '싱가포르 주식회사'로 규정하고 미래 생존전략을 찾는 데 몰두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는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블루오션전략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해 정부 주요 부처와 공기업,대학 등이 참여하는 가치혁신실행단(VIAT:Value Innovation Action Tank)을 발족시켰을 정도다.


혁신에 관한 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 싱가포르가 블루오션으로 국가 전략의 가닥을 잡은 이유는 저성장의 늪을 탈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공급 과잉과 고령화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블루오션전략을 전국가적으로 시행해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다. 세계 각국은 지금 국가 차원에서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3년 말 "경제 회복기가 혁신의 적기"라며 국가혁신전략회의(NII:National Innovation Initiative)를 출범시켰다. 프랑스는 국가구조현대화국(局)을 중심으로 정부 혁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고 독일은 2003년 경제구조개혁계획인 '아젠다 2010'을 내놓고 달려가고 있다.


혁신에 관한 한 우리 정부도 양적인 면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공공부문에 한정된 한계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혁신협의체인 '혁신파트너스'는 2003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혁신×지식'이라는 새로운 GDP 공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의 혁신 열풍 속에서 싱가포르가 특히 돋보이는 이유는 비교적 열악한 물적·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선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서다. 싱가포르의 날렵한 발걸음에 우리가 더 주목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싱가포르=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