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사 'X파일'로 끝내 낙마.. 5개월3일 최단명 주미대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홍석현 주미 대사가 취임 5개월3일 만에 사의를 밝히고,청와대는 즉각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홍 대사는 역대 주미대사 중 최단명으로 남게 됐다.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파문'의 핵심인물인 홍 대사가 자진 사퇴한 데다 노무현 대통령의 주저없는 수리방침에 따라 이 사건의 진상규명 작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도청 자체가 불법 행위"라며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검찰도 지휘기관인 천정배 법무장관의 방침에 이어 청와대의 입장까지 명확해지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에 적극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홍 대사는 당초 "오래 전 일이라서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버티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여론의 거센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일부 법규에서는 공소시효가 지난 '과거사'라지만 언론사 사주로서 드러난 행동이 워낙 충격적이었고,여론의 비판도 그만큼 강도 높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며칠간 입을 닫은 채 홍 대사의 자진사퇴를 기다리는 형국이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유엔사무총장을 노리면서 더 큰 도약까지 도모했던 홍 대사는 일단 날개가 꺾인 셈이다. 당장 중앙일보로의 복귀 역시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한편 정부는 홍 대사의 '낙마' 시점이 제4차 북핵 6자회담과 맞물려 있어 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제문제에서 주미 대사의 자리는 그만큼 중요한 요직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점을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미 6자회담이 시작됐고,정부가 다각도로 보완책을 모색할 것이므로 북핵협상과 한·미관계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며,그렇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시민단체 등 어느 한 곳에서도 홍 대사가 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도 없었다는 평가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