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3:26
수정2006.04.09 17:12
최근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글로벌 무한 경쟁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국경을 초월해 강하고 정보가 많고 빠르며 창의적인 자만이 살아남는 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업 환경이 예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국내시장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생존할 수 없다.
예전처럼 큰 덩치(외연의 성장)만 믿고 시장에 나간다면 승리하기 힘들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1세기 중소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핵심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가 갖고 있는 기업내부의 역량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성장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내부의 핵심역량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업체와 경쟁해도 뒤지 않는 기술력과 종업원의 주인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일체화된 경영능력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기술력 강화라는 말은 수도 없이 반복되는 말이거니와 이를 모르는 업체들도 없어 진부하게만 느껴지지만 실제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생각보다 튼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 의한 기술력 종속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의 기술수준을 능가하는 기업도 나타났고, 제품의 개발과정에서부터 대기업과 협력하여 품질 개선, 비용절감에 적극 기여하는 중소기업도 나오게 되었다.
이런 일본 중소기업의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종래 대기업 중심으로 묘사되던 일본의 생산 시스템 즉, 피라미드형 지배?종속의 하청계열관계라는 인식에 정면으로 의문이 제기되었다.
국내에서도 광통신소자 및 전송장비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포앤티 같은 경우 KT 등 통신사업자가 신규서비스를 추진 중인 휴대인터넷 위브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포앤티는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건드리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발굴해 비용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자파 차단 표면이온화 공법을 세계최초로 개발한 케이핍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천억원의 국내 수입 원자재 절감효과는 물론 3백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다수의 대기업과 분산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보면 일본의 하청관계는 수직 계열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협조관계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다종 생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다양한 전문 가공력과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런 기업은 상호간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확대 재생산되며, 모기업과 자립적인 외주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리온 OLED가 바로 이런 케이스였다.
40년 전통의 브라운관 전문 업체인 오리온전기 OLED 사업부에서 지난 5월 4일 분리 설비된 오리온 OLED가 젊지만 강한 기업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축적해 온 연구개발 성과가 밑받침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광액세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텔리언의 경우 중소기업의 장점을 살려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순발력과 기술력으로 시장 선점을 하여 성장한 것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핵심역량을 집중하여 오로지 벨벳생산에 전념했던 영도섬유의 경우 중동에서 최고의 벨벳으로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벨벳 벽지 등의 사업다각화로 제 2의 성장기를 구사하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단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의 수평적 협조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핵심역량을 보존할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