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민 수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최근 블루오션의 열풍이 거세다.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CEO들은 물론이고 정부의 고위관료들까지도 비전과 전략을 이야기할 때 블루오션이라는 용어를 빼놓지 않고 사용한다. 일부는 개념의 창시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주는 일종의 애국주의적 감동과 붉은 바다에 대비되는 푸른 바다라는 색채적 이미지의 강렬함으로 이러한 열풍을 설명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블루오션 전략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새로운 성장의 역동성을 찾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한국경제에 이상향과 같은 돌파구를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블루오션 전략이 기업에,그리고 사회적으로 언제나 옳은 전략일까? 최근의 열풍 속에서 수많은 블루오션 전략의 성공사례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차별화 전략의 실패사례들은 보기 힘들다. 5센트짜리 영화관 니켈로데언스나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차별화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국의 서킷시티(Circuit City)가 야심차게 추진한 주문형 DVD 서비스인 DVIX나 한때 차세대 표준으로 주목을 끌었던 레이저 디스크의 경우처럼 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프로젝트도 수없이 많다. 고수익-고위험의 상충관계가 유독 여기에서만 예외일 수는 없다. 설사 위험이 없이 소비자들의 취향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제품 포지셔닝 방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모든 기업들이 이윤을 낼 수는 없다. 블루오션의 슬로건과는 달리 경쟁이 무의미한 시장은 없다. 시장의 제품들은 그들 간의 거리가 가깝든 멀든 주어진 소비자를 놓고 경쟁한다. 인간의 상상력이나 기술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공간이 무한할 수 없기 때문에 틈새를 채우는 제품들이 많을수록 각 제품에 대한 수요는 적어지고 그로부터 얻는 이윤도 떨어지게 돼 있다. 극단적인 예로 소비자 1명을 위한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유혈 경쟁의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경쟁자 없는 새로운 시장 공간을 창출한다는 블루오션 전략을 경제학에서는 차별화의 원리 (the principle of differentiation)로 설명한다. 제품공간에서 유사한 위치에 있게 되면 치열한 가격 경쟁에 직면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제품 차별화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 제품 차별화는 소비자에게는 이로우나 해당 산업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하나의 새로운 제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이롭다. 첫째로 그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기존의 제품보다 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소비할 수 있다. 둘째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의 경쟁 압력으로 인해 기존 제품을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한편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은 기업은 추가적인 이윤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이윤의 일부는 기존의 기업들로부터 고객을 빼앗아 옴으로써 생기는 시장잠식효과(business stealing)이다. 상대 기업의 이윤 감소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기업들은 사회적으로 볼 때 과다한 제품 차별화를 하게 된다. 기업들의 시장진입이 자유로울 때,이와 같은 시장잠식효과가 소비자 이익의 증가보다 크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을 넘어서는 제품 차별화가 일어날 수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기존의 사고에 얽매어 새로운 사업의 창출과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기업들에 혁신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위험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이 블루오션 전략을 신봉하는 것은 자칫 미지의 항해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과 잠재적 경쟁자들과의 사투는 잊은 채 보물섬을 향해 돛을 올리는 오류를 낳을 수 있다. 과다한 차별화는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