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 SK네트웍스 대표 mwjung@sknetworks.com >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렇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 작년 한 해 동안 107권의 책을 읽었다는 기사가 나온 후 접하는 질문이다. 사실 지난해의 책 100권 이상 읽기는 구성원과 연초에 한 약속이었다.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뭔가 어려운 일을 구성원과 약속하고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우리 국민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1.3권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의 6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독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독서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할까? 책을 너무 엄숙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책을 읽을 때는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하고,깨끗이 다뤄야 하고,첫 장부터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두지 않는다. 집무실 책상이나 거실 소파,침대 머리맡,화장실 등 어디든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두고 틈나는 대로 집어 든다.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서대로 읽는 방식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중간부터 읽기도 하고,뒤를 먼저 보기도 한다. 두세 권을 동시에 읽기도 하고 바쁠 때는 표나 그래프만을 보고 넘어가기도 한다. 또 책에 낙서를 즐겨한다. 책과 대화하듯 그때그때 생각나는 느낌이나 의문도 적고 중요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은 여러 종류의 밑줄을 그어 놓는다. 그만큼 책은 엄숙한 대상이 아니라 친근하고 편안한 벗일 뿐이다. "책을 손에 들고 쓰다듬고 들여다 보며 아무 데고 닥치는 대로 펴서 눈에 띄인 문장부터 읽어 보시오.가능하면 책과 친구가 되도록 노력해 보시오"라고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책은 늘 가까이 하고 즐기는 존재가 돼야 한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휴가 기간 여유 있게 책을 읽어보리라 계획 세운 분이 많을 것이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버리고 오랜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책과 함께 한바탕 신나게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