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최초의 전깃불이 밝혀진 1887년 3월 경복궁 건청궁 앞마당.촛불이나 등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환한 빛이 궁궐의 밤을 밝혔다.


최초의 전기 점등에 사용된 발전기는 미국의 에디슨전등회사에서 도입한 증기동력 발전기.석탄을 연료로 불을 때고 건청궁 앞 향원정 연못물을 끌어들여 전기를 생산했다.


증기 기관의 요란한 소리와 못물을 끌어올리는 소리,그리고 대낮처럼 환한 불빛….이 놀라운 풍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매일 밤 건청궁으로 모여들었고 향원정 못물을 먹고 켜진 불이라고 해서 '물불'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첫 전기 점등식이 다음 달 2일 경복궁에서 재현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기획전 '빛/Light-등(燈),전통과 근대'의 개막식에서다.


박물관측은 경복궁 내 재수합 주변과 청운교·백운교 위에 30여개의 가로등을 설치해 옛 모습을 되살릴 예정.해가 완전히 지고 어둠이 깔린 상태에서 증기 기관이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재수합과 청운교 백운교 위로 전등이 차례로 켜지면서 한여름밤 고궁을 밝히게 된다.


이날 점등식 후에는 '현대의 빛과 소리'를 주제로 국악오케스트라 '공명'의 연주와 함께 영상 퍼포먼스가 마련된다.


박물관측은 광복절 전야와 당일인 8월15일에도 점등식을 가질 예정이다.


일제 치하의 어둠에서 빛을 회복한 지 6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개막식에 이어 8월3일부터 10월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전통시대 등잔에서부터 근대의 전등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쓰였던 등화구(燈火具) 유물 350여점이 한자리에 선보인다.


전시 유물의 대부분은 한국전력의 전신인 경성전기에서 수집한 것.1930년대 경성전기 사료실에 근무했던 일본인 기시켄(岸謙)이 모은 유물 1266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골라 전시한다.


1848년 순조비(妃)인 순원 왕후의 육순 잔치 장면을 그린 '무신년진찬의궤'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와룡촛대 목룡촛대 화촉 등 전기가 도입되기 전의 각종 등화구들을 선보인다.


기름을 담아 불을 켜는 등잔과 등잔대,초와 촛대,어두운 밤거리를 비추던 초롱과 제등(提燈),발을 비춘다고 이름을 붙인 조족등(照足燈),접을 수 있게 만든 접등 등도 전시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