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元 巖 < 홍익대 교수·경제학 >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중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7% 성장한 1분기에 비해 소비와 건설투자가 늘어난 데 힘입어 성장률이 다소 높아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수가 수출증가세 둔화 효과를 상쇄하면서 성장의 내용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하반기에도 내수 중심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서서히 잠재수준의 회복 속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향후 내수회복으로 5% 수준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를 믿고 안심할 만큼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은 아니다. 우선 올해 2분기에는 1분기에 비해 내수가 확대됐으나 성장엔진인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돼 성장잠재력이 약화됐다. 다음으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에 이어 부동산 가격도 양극화돼 소득과 부의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불평등 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알리는 동시에 강도 높은 부동산가격 안정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건설투자와 소비 등 내수 증가세가 다시 둔화될까 우려된다. 1980년대 말 토지공개념 도입 등 강력한 부동산 안정대책은 강남을 대체하는 분당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주택 공급과 함께 이뤄졌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 중국의 고도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점차 우리에게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우리 수출이 늘어났으나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면서 유가급등의 유탄을 맞게 됐다. 최근에는 우리 기업들이 국내 고임금 고지가를 피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장기불황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CEO포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의 초기 국면에 있거나 장기불황이 진행 중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만 장기불황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대만은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으나 최근 4~5년간 평균 3%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은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임과 지가가 싼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었으며,그 결과 국내 고용과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현재 대만 기업들은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기술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대만의 경우에도 소득의 양극화로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으나 이제는 소득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경제로 전락하면서 장기불황을 염려하고 있다. 이렇게 최근 4~5년간 여건 변화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경쟁국들도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데 정부는 향후 소비와 투자의 회복으로 5% 잠재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또한 1만∼2만달러 소득수준에서 선진국 경제성장률도 2~3% 수준으로 낮아졌으므로 소득 1만5000달러 수준에서 우리나라의 3%대 성장을 당연한 추세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선진국들이 소득 1만달러를 달성했을 당시 1만달러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대충 2만달러가 넘을 것이다. 지난 2~3년간 경제실적은 당초 정부 전망을 크게 밑돌았으므로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경제에 올인하는 리더십을 확립해 경제가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성장동력을 재구축해야 한다. 하반기 이후에도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