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 지난 18일 정보통신부는 지상파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사업자에게 사업허가장을 교부했다. 사업자들은 이에 맞춰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이날부터 시범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통부와 방송사업자들이 망식별부호(NIS:Network Identification System) 도입을 놓고 대립했고 방송사업자들이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의견을 내놓아 서비스 자체가 잠정 연기되기에 이르렀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상파DMB 서비스는 당초 2003년 하반기 개시를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관련 방송법 개정이 2003년 8월에서 2004년 1월과 2004년 3월로 두 차례에 걸쳐 7개월이나 연기되는 바람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방송법 및 전파법 시행령 개정도 늦어져 2004년 9월에야 끝났다. 방송위는 지상파DMB 사업자 선정 정책 방안을 2004년 11월22일에 공표했고 2005년 3월28일 수도권 지상파DMB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어 지난 6월 지상파DMB 방송국들이 정통부에 허가 신청을 냈고 7월18일 5개 지상파DMB 방송국이 허가증 교부와 함께 시범 서비스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기술개발이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2년1개월,서비스 제공 목표시점으로부터 약 1년반이 지난 시점이다. 그러나 이 역시 수포로 돌아가고 표류하고 있다. 최근 지상파DMB의 수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빌딩 내부 등 음영지역에 대한 중계망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여기에 소요될 비용과 기술표준 등이 논쟁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견이 해소될 때까지 지상파 3사가 7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시범방송을 늦췄다. 12월로 예정된 본방송 또한 내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지상파DMB는 2004년 9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방송박람회(IBC)에서 최초로 해외 시연을 가졌다. 예상치 않은 높은 호응과 찬사 속에서 지상파DMB는 관람객들로부터 인기 전시품으로 선정됐다. 그 이후 뮌헨 베이징 상파울루 런던 파리 베를린 라스베이거스 멕시코시티 등 세계 각처로 지상파DMB 시연단이 파견돼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특히 2005년 하반기부터 독일 바이에른 주의 레겐스버그에서 지상파DMB 시험방송 추진을 결정,지상파DMB 해외진출 노력에 대한 첫 결실도 맺어졌다. 유럽과 중국,미주 국가들도 지상파DMB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DMB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국내 사정으로 서비스가 연기되고 있어 해외 진출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지상파DMB 종주국인 한국에서 지상파DMB 서비스의 지연은 그간 호의와 관심을 보여 온 해외 고객들에게 강한 의구심을 유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의 지상파DMB 성공을 확인한 이후에 자국에 도입함으로써 신규 서비스 도입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상파DMB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일은 국내에서 지상파DMB 서비스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활성화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내에서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는 사이 세계 각국의 DVB-H,미디어플로 등 경쟁 기술은 빠른 속도로 완성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지상파DMB는 시장 선점 기회를 상실해 가고 있는 셈이다. 수많은 어려움을 넘어 지상파DMB 상용화까지 도달한 것처럼 이제는 남은 난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상파DMB 서비스를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데 정부는 모든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IT 강국 코리아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chy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