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3:28
수정2006.04.09 17:13
폭염으로 가전·빙과·음료·유통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에어컨 선풍기가 품절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 LG전자 신일산업 등 가전업체들은 휴가를 연기하며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올해 판매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려 있던 음료·빙과업체들은 무더위 특수 덕에 매출이 급증하자 목표를 늘려 잡기까지 하고 있다.
업체들은 올 장마가 예년보다 열흘 정도 일찍 끝나 다음주까지 대지가 한껏 달아오를 것이라며 무더위 특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에어컨 공급량이 달리자 광주 에어컨 생산공장의 가동을 연장했다.
광주공장은 당초 지난주까지 주요 모델의 생산을 완료하고 여름 휴가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주문이 밀려 휴가를 연기했다.
삼성은 주요 에어컨 모델을 1차로 4500대 추가 생산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창원 공장 에어컨 라인의 가동을 당초 29일에서 31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는 15평형 스탠드형 등 5개 모델이 품절상태라고 밝혔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휴가를 연기하고 8월 중순까지 공장을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풍기업체 신일산업은 매년 7월 말이면 선풍기라인을 온풍기라인으로 바꾸는데 올해는 선풍기 라인으로 1주일 더 돌리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선풍기 출고량이 지난 25일 100만대를 돌파해 목표량으로 잡은 90만대를 크게 초과했다"며 "연간 출고량이 100만대를 넘은 것은 9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빙과·맥주업계는 이달 초만 해도 전년 대비 10%가량 매출 감소세를 보여 울상을 지었으나 장마가 일찍 끝나고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매출이 급증,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롯데제과는 최근 1주일간 일평균 매출이 25억원으로 이달 초에 비해 30% 이상 늘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현 추세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600억원의 월간 판매 목표는 무난히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럴 경우 지난해보다 매출이 13%가량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빙그레의 경우 이달 초만 해도 7월 목표 달성을 포기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매출이 호조를 보이자 월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트맥주도 이달 초에는 판매량이 하루평균 35만 상자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43만 상자로 28%가량 늘었다.
롯데칠성 해태음료 등 주요 음료 업체들은 8월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이번 주에 단체 휴가를 실시 중이다.
'100년만의 무더위' 소식에 대규모 물량을 확보했다가 기상청이 부인하는 바람에 가슴 졸이던 유통업체들도 표정이 밝아졌다.
선풍기 13만대를 중국에서 들여온 신세계 이마트는 한때 재고 걱정을 했으나 최근 판매량이 급증,이번 주말까지 모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백화점도 100년만의 무더위를 기대하고 올해 처음으로 LG전자에서 슬림형 에어컨을 300대 직매입한 후 재고를 걱정하다 최근 물량을 모두 처분했다.
송인석 바이어는 "10% 할인 판매에 나선지 2주 만에 서울 수도권 7개점에서 전 물량을 말끔히 다 팔았다"고 말했다.
수영장과 놀이공원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에는 지난 주말에만 총 5만1521명이 입장했다.
지난 1일 개장이래 22일간의 입장객수를 모두 합쳐도 7만2578명이었지만,주말이 지나자 누적입장객수는 12만5099명으로 늘어났다.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내 매점 판매인 오모씨는 "입장객수 제한에 걸려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빙과류가 동이 나고 음료수도 지난주에 비해 5배나 많이 팔렸다"며 웃었다.
놀이공원에도 입장객수가 전년 동기 대비 25% 정도 늘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입장객들에게 갑자기 물벼락을 쏟아붓는 '썸머 스플래쉬'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물을 맞고도 오히려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강창동·윤성민·송태형·김형호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