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을 의식하지 마세요. 자존심이 상해도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게 장사밑천이랍니다"


환갑 나이에 부산 남천동 메가마트에서 호떡을 굽고 있는 황용복씨.


"잘나가는 대기업 직장인들까지 호떡장사에 대해 많이 물어오지만 실제로 뛰어드는 사람은 드뭅니다. 월급쟁이 생활을 지겨워하면서도 막상 넥타이를 풀고 좌판을 깔 용기는 내기 힘들죠"


그도 호떡장사를 시작했을 땐 그랬다.


"지금은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지만 처음엔 포장마차에서 호떡을 굽다가도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면 우선 도망부터 가거나 들키면 보내놓고나서 서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황씨는 서울 명문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30대 초반에 잘 나가는 제지회사 상무까지 고속승진하는 등 나름대로 화려한 셀러리맨 생활을 했다.


D전자 경기상무로 스카웃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외화유출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때 나이 42세.


이제 CEO로 승부를 건겠다고 다짐한 그는 퇴직금등으로 1회용 장갑과 쓰레기 봉투를 제작하는 공장을 설립했다. 타고난 세일즈능력 덕분에 단숨에 매출 30억원의 중소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으면서 60억원의 빚을 지고 거리로 나앉게됐다.


전재산을 처분해 빚잔치를 한뒤 거리를 방황하던 그는 1999년 겨울 우연히 서울 시내 한 호떡집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고 '먹고 살기위한' 인생역전을 시도하게 된다.


황씨는 지인을 눈을 피하기위해 연고가 전혀 없는 울산에서 포장마차로 호떡장사를 시작했다.절치부심 노력한 덕분에 1년여만에 메가마트 울산점에 어엿한 점포를 마련하게된다.


하지만 의외의 낭패를 당하고 만다.품질을 높인답시고 서울의 모 호떡 체인에 가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원거리에서 운반하다보니 호떡 밀가루 반죽의 신선도가 떨어져 전혀 제맛이 나지않았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사기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참에 차라리 완전히 차별화된 '웰빙 호떡'으로 승부를 걸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는 다시는 실패하지않기위해 1년 동안 틈만나면 전국의 맛이 좋다는 호떡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벤치마킹을 했다. 그 결과 이름난 호떡은 밀가루 반죽과 숙성에서 남다른 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황씨는 밀가루에 찹쌀과 옥수수, 단호박, 율무 등 영양소가 풍부한 곡물 30여가지를 혼합해 명실상부한 '웰빙호떡'을 발명(?)했다.


하지만 실제 반죽이 문제였다.


손재주 좋은 전문가도 밀가루에 수십가지 곡물들을 반반씩 혼합해 반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른 곡물재료와 잘 섞이지 않는 밀가루 특성 때문이었다.


이때 그가 고안해낸 것이 일정한 힘으로 타격하며 반죽하는 수타형 기계였다.


이 기계가 완성되기까지 40kg들이 40포대의 밀가루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황씨의 웰빙호떡은 출시되자마자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 울산 한 점포에서만 월 2천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성공스토리를 일궈냈다.울산의 인기 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메가마트 부산 남천점에 2호점을 차리게된다. 현재 울산대와 부경대 주변에서 3,4호점을 준비중이다.


호떡장사는 계절을 타는게 문제다.4계절 웰빙음식으로 자리잡도록 하는것이 그의 당면 과제다.


호떡의 기존 이미지를 바꾸기위해선 '웰빙'에 마케팅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를위해 호떡속도 설탕 대신 단 맛을 내는 고구마에다, 고구마와 찰떡궁합인 김치를 섞은 고구마·김치 호떡을 새로 개발했다.


"우리 토종브랜드로 호떡의 원조로 알려진 중국까지 진출할 겁니다"


문의 (052)298-9543


울산=하인식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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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희망자들에게 ]


자존심을 꺾어야 합니다.


어깨의 힘을 완전히 빼는 겸손함이 몸에 배어야합니다.철저한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고 모든 책임을 내 탓으로 돌려야합니다.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립정신으로 완전무장해야 합니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안돼있다싶으면 창업을 미루고 공부를 더 해야합니다.


음식 영업을 쉽게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중노동이면서 세심하고 치밀해야하는 고도의 서비스업니다. 자금이 충분하더라도 직접 그릇을 닦고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일부터 차근차근 경험해 봐야 합니다.창업 준비기간이 길수록 안전합니다.


선진국은 보통 5년은 준비하고 창업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준비기간이 1년이 채 안된다고 합니다.그러니 실패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유행하는 업종보다는 자신의 경력이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틈새시장을 개척하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