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억원 규모의 CD(양도성예금증서) 위조사건이 발생한 이후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에서 CD유통이 올스톱 됐다.증권사들도 CD 매입을 꺼리는 분위기다.이에 따라 단기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CD를 매입했던 고객들은 만기전에 현금화하는데 다소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CD 위변조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CD발행 및 유통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명동시장 CD 거래 '올 스톱' 명동 사채시장에서 CD는 0.3~0.5%포인트 수준의 낮은 금리로 할인돼 왔다. 무기명인 데다 현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3개월 전부터 CD 할인이 크게 줄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 은행원이 가짜 CD를 만들어 돌렸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았으며 실제 1억~2억원 규모의 가짜 CD로 피해본 사람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짝퉁' CD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국민·조흥은행에서 대규모 사건이 발행하자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뤄졌던 CD 할인은 전면 중단됐다. 명동에서 사채업을 하는 W씨는 "아무리 금리를 높게 쳐주더라도 은행지점에 직접 가서 진품 CD임을 확인하지 않는 한 할인해주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인 및 법인들로부터 CD를 매입해온 증권사들도 CD 매입을 꺼리는 분위기다. 김병철 동양종금증권 상무는 "올 들어 증권사들은 개인의 CD는 거의 매입하지 않고 주로 법인 CD를 할인했지만 앞으로는 법인들도 선별해서 매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 CD는 진짜인가요' 국민·조흥은행 뿐 아니라 다른 은행 지점에도 CD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고객문의가 잇따랐다. 은행권은 올 들어 고객유치 차원에서 일반 정기예금 금리에 0.2%포인트의 금리를 더 얹어주면서 CD를 대량으로 판매했다. 지난 6월에만 CD순발행액이 3조915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6200억원의 6배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씨티은행의 한 지점장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CD를 일반예금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짜 CD사건이 터지자 불안해 하며 전화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고객들에게는 은행에 CD를 갖고 와서 보호예수(은행에 CD를 보관)를 신청하고 통장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CD 유통 개선방안 마련 금감원은 지난 26일 은행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보유 CD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시,모두 진품임을 확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그러나 법인 및 개인 고객이 보유하고 있거나 은행 대여금고에 있는 CD의 경우 아직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고객이 직접 은행을 방문,CD 감식기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앞으로 은행에서 CD를 발급할 때도 고객이 은행 감식기를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한 뒤 수령하고 사채시장에서 CD를 매입할 경우에도 은행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백재흠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CD 유통 개선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흥은행은 사고 CD 200억원 중 27일 만기가 돌아온 60억원어치에 대해 부도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성태·장진모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