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수장인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재계를 뒤흔들고 있는 X파일 사태와 두산그룹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대해 소회의 일단을 밝혔다. 강 회장은 2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막된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재계 수장으로서 솔직히 곤혹스럽다"면서 "나라 경제를 위해서는 조속한 사실관계 확인 등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당시 상황에서는 삼성처럼 큰 기업들은 대부분 정치자금 압박을 심하게 받았던 게 우리 기업의 현실"이라며 "지난 대선 수사를 통해 마무리된 일이 다시 불거져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재계가 다시 경제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의 형제 간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서는 박두병 두산 창업회장과 자신의 선친은 대한상의 회장과 임원을 지낸 터라 집안도 서로 잘 알고 지낸다면서 "그간 형제 간의 우애가 어느 기업보다 좋은 줄 알았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해 사실 많이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강 회장은 최근 박용성 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할 때도 "모두 잘 살아보자고 기업을 키워왔는데 두산처럼 큰 기업이 형제끼리 경영권 다툼을 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겠느냐며 선친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형제끼리 완전히 등을 돌리는 사태로까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박 회장의 형수(박용오 전 회장의 부인)라도 살아있으면 형수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한 뒤 "박용오 회장이 많이 외로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