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중심부에 자리한 그랑 플라스(Grand Place,영어로 대광장).


한여름 밤 이 곳을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조명이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 등의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춤추는 광경에 넋을 빼앗긴다.


조명은 음악이 바뀔 때마다 율동과 속도를 달리하며,광장을 둘러싼 중세 바로크양식 건물들의 정교한 조각 조각마다 색깔을 입힌다.


화려한 조명쇼가 끝나면 광장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앙코르를 외친다.


그랑 플라스는 7,8월 하절기 밤 10시30분부터 11시까지 이 곳을 찾은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조명예술의 정수를 선사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그랑 플라스를 이같이 격찬했다.


나폴레옹 3세의 왕정복귀에 반대해 브뤼셀에서 망명생활을 한 그는 그랑 플라스를 보며 불후의 명작 '레 미제라블'을 썼다고 한다.


유네스코는 1998년 이 광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110mX70m 크기로 로마 나보나 광장의 절반도 안 되는 조그마한 광장이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조명쇼에서 보듯 유럽의 수준 높은 예술과 건축, 그리고 음식문화를 모두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랑 플라스는 장터였으나,15세기 시청사의 완공과 함께 브뤼셀의 행정 및 상업 중심지로 발돋움하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시청사는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종루의 높이가 90m를 넘는다.


첨탑 꼭대기에는 미카엘 천사가 브뤼셀을 수호하듯 솟아 있다.


맨 위층에 마련된 전망대를 올라가면 현대식과 중세건물이 어우러진 브뤼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시 청사 맞은편에는 왕의 집(Maison du Roi)으로 불리는 길드(직업별 상인조합) 하우스가 있다.


시립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한국을 비롯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오줌싸개 동상의 의상이 진열돼 있다.


맥주박물관도 둘러봐야 할 곳 중 하나다.


이곳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맥주를 생산한다는 벨기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벨기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400종이 넘으며,호가든 레페 뒤발 등 브랜드별로 맛과 도수가 완전히 다른 게 특징이다.


8월에는 격년별로 플라워 카펫 행사도 벌어진다.


광장 바닥을 장미 튤립 등 갖가지 꽃으로 장식해 놓고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짝수해 8월 중 1주일간 열리기 때문에 올해는 볼수 없어 유감이다.


운이 좋으면 광장에서 오케스트라나 팝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문화 우월주의에 빠져있는 콧대 높은 파리지앵들도 그랑 플라스와 조명쇼,그리고 플라워 카펫에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랑프라스에 가면 진한 역사적 향기도 느낄수 있다.시 청사 옆 레스토랑인 ‘샬루프 도르’(Chaloupe d´OR)는 위고가 머물렀던 곳으로 집 앞에 그 사실을 알리는 금속 팻말이 붙어있다.고급 레스토랑 ‘메종 드 신뉴’(Maison du Cygne,백조의 집)는 칼 마르크스가 한때 망명했던 곳으로 유명하다.마르크스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함께 노동자 동맹을 창설한뒤 이곳에서 공산당 선언을 기초했다.


광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는 그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이 나온다.마네킨 피스로 불리는 이 브론즈상은 키가 60㎝ 정도로 작아 실망하는 관갱객들도 많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아 움직이는 듯 정교한 매력에 빠지게된다.


브뤼셀 시정부는 각국으로 부터 그 나라 특유의 의상을 기증 받아 입히는 이벤트를 마련,오줌싸개 동상의 인기 유지에 일조를 하고있다.인근에는 레스토랑 연합회가 만든 ‘오줌싸게 소녀동상’이 있으나 조잡해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다.


시청에서 왼쪽 편으로 빠져 나가면 랍스터 홍합 등 갖가지 해산물이 관광객을 반긴다.관광객을 겨냥한 브뤼셀의 대표적 먹자골목이다.벨기에는 북해에 인접해 있어 해산물이 풍부하다.특히 녹인 치즈에 홍합을 담근 ‘물(moule)’은 벨기에가 자랑하는 대표적 요리다.브뤼셀 특히 그랑프라스의 밤과 먹자골목의 맛을 즐기지 않고 벨기에를 다녀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브뤼셀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국제도시다.영국과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영어로 여행하기 가장 좋은 도시다.여유시간이 있으면 브뤼셀 인근 워털루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높은 전망대만이 허허벌판 위해 서있지만 나폴레옹 시절 프랑스와 프러시아 연합군과의 최대 격전을 상상할수 있는 곳이다.


브뤼셀을 벗어나도 구경할 곳은 많다.브뤼셀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브뤼헤가 대표적이다.브뤼헤는 유럽의 13세기 중세모습을 가장 잘 보존한 곳으로 평가 받고있다.그 당시 플랑다르 미술과 직물제조업의 중심지였으며,레이스의 원산지로 알려져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인 '성모와 아기예수'가 있는 성모교회와 종루가 유명하다.걸어서도 이 지역을 둘러볼 수 있으며,배를 타고 운하를 돌아보면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타원형의 운하에 둘러싸여 있어 '벨기에의 베네치아'로도 불린다.


북부 앤트워프는 다이아몬드 도시로 루벤스박물관이 있다.플란다스개로 알려진 대성당에는 루벤스의 대표작 ‘그리스도의 강림’등이 중앙을 장식하고있다.남쪽 나뮈르 등지로 가면 과거 프랑스계 귀족들이 즐기던 별장지대가 강변을 따라 형성돼 있다.벨기에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양대 문화권이 공존하고 있어 남녀혼탕 등 의외로 흥미로운 곳이 많다.


벨기에는 경상남북도 크기의 조그만 나라로 인구도 1000만을 넘지 못한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항상 열강의 전쟁터가 됐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최대 교역국이며,‘고디바’란 초컬릿 브랜드를 갖고 있고 맥주종류가 세계에서 가장 많으며,세계 최초로 레이스를 만든 우수한 민족이다.교역량이 우리보다 많고,예술과 음식 수준도 프랑스 못지 않다.벨기에가 왜 ‘강소국’이라 불리는지에 초점을 맞춰 여행을 하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브뤼셀=김영규 부국장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