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량株 공급확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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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건 호 < 한국증권업협회 회장 >
최근 우리 증시는 연일 치솟는 유가와 환율변동,테러 등 과거에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을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상승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장기성 간접투자가 활성화되고 연기금 주식투자가 허용되는 등 증시의 수요구조가 개선됨에 따라 주가변동성이 점차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주식이 장기 저축수단으로 정착되고 있는 시점에 떠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다.
바로 지금의 시장규모가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증시수요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아 모처럼 맞은 자본시장 육성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부터는 우리 자본시장의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것도 부동산 투기대책과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 부동자금은 물론 기업연금 등으로 급증하는 기관 자금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
선진국 사례를 뒤져가며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러한 규모의 자금을 부작용 없이 순환시킬 곳은 증권시장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기관들이 필요한 우량주식 물량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같은 공급측면의 우려는 지난 수년간 계속된 외국인들의 매집과 장기보유 기관물량 등으로 우량주식의 유통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이러다 늘어나는 주식수요가 자칫 해외시장으로 넘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유동주식 품귀현상은 주가불안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부동산의 경우처럼,유통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특정기업의 주가가 단기차익을 노린 선ㆍ현물 연계 트레이딩 등 일부 불순한 투기세력에 노출될 수 있다.
결국 자본시장과 정책당국이 해야 할 일은 장기적인 우량주 공급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현재 공익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우량 상장기업의 지분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에 공급을 확대할 수도 있다.
또한 꾸준히 논의돼 온 생명보험회사와 정부소유 비상장 우량기업의 민영화를 겸한 신규 상장도 검토해볼 만하다.
또한 금융허브의 일환으로 검토되고 있는 외국기업의 국내증시 상장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
이는 투자자에게 환(換)리스크 없이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에 한정된 투자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거시적으로도 '컨트리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국내 증시의 국제화를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원주식의 직접공급 외에 주식워런트나 CB BW 등 파생상품을 통한 공급확대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 볼 수 있다.
특히 주식워런트 시장은 배당 및 경영권 유지 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이 꺼리는 추가적인 주식발행 없이도 유통물량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
주식 유동성 문제로 고민하던 홍콩과 싱가포르도 이러한 정책으로 문제의 상당부분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우리나라도 증권선물거래소가 워런트시장 개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얼마 전 제도보완을 통해 새출발한 '프리보드(Free Board)'도 일부 '고수익 고위험' 추구 펀드에게는 대안투자처가 될 수 있다.
유망 벤처기업이 많이 상장돼 공급이 늘어난다면 프리보드 시장에서도 나름대로의 위험분산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 자본시장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선진국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업계의 공동노력으로 수요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 환경을 맞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우리 자본시장이 세계 10위권 경제에 걸맞은 강한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탄탄한 수요기반을 갖추는 동시에 자칫 소홀히 하기 쉬운 '장기적인 수급 균형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