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실채권(무수익여신·NPL) 시장에 매물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시중은행과 상호저축은행,신용카드사 등의 연체율이 낮아지면서 부실채권 신규발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또 자산건전성이 개선된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이 기존 연체채권을 NPL로 분류해 매물로 내놓는 대신 직접 회수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이런 현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매물 귀한 NPL시장 외환은행이 최근 실시한 2조원어치(장부가)의 NPL 입찰에는 10여개 회사가 몰려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채권 가운데는 아직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는 옛 대우 계열사 등에 대한 채권이 포함돼 수익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도 외국계 투자회사,저축은행 등이 대거 참여했다. 이달 들어 우리금융지주회사 자회사인 우리FNI 등이 매각한 300억원어치의 NPL입찰에도 5∼6개 금융회사가 참여해 입찰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실시된 NPL입찰이 높은 경쟁을 보인 것은 부실채권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NPL입찰에 참여했던 J저축은행 K과장은 "외환은행 관계자로부터 '더 이상 팔 부실채권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앞으로 매물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 2∼3%의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본계 투자회사들의 경우 다른 금융회사들이 통상 10% 이상 수익을 기대하고 매입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8∼9%의 수익만 올릴 수 있어도 인수에 나서는 추세다. ◆연체율 하락이 매물부족 이유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19개 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1.63%(12조4000억원)로 전분기보다 0.26%포인트 하락,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 중 신규 부실채권 발생액은 8조8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40.5% 감소했다. 저축은행들의 6월 말 연체율도 6.0%로 3월 말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신용카드사 역시 3월 말 연체율이 4.38%로 작년 말(6.19%)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이처럼 자산건전성이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됨에 따라 예년 같았으면 매각을 통해 건전성을 높이려 했던 금융회사들이 요즘에는 자체 조직을 이용해 직접 추심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A급 매물이 귀해 론스타,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회사들도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추심활동에 주력하는 등 매매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대형 매물을 잡을 여력이 안되는 추심업체들은 시중은행들이 한동안 영업에 열을 올렸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부실화된 채권이 조만간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고 이들 물량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