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금액 3조4100억원은 2위 응찰업체인 대한전선의 2조9600억원에 비해 무려 4500억원이나 높은 금액이다. 일부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하이트가 고가 인수 부담으로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트맥주측은 인수금액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채권단의 채권 회수 금액 3조500억원을 뺀 3600억원 정도는 다시 진로로 유입되므로 대한전선보다 900억원 정도 높은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진로에 5000억원의 현금이 쌓여 있고 현금화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도 1000억원에 달해 소주사업에 대한 실질 인수금액은 2조4000억원 정도라는 설명이다. 하이트맥주는 또 현재 52%인 컨소시엄 내 지분율을 41%대로 낮출 예정이어서 자사의 인수 금액 부담은 그만큼 덜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너지 효과 vs 인수비용 부담 증권가에서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효과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시너지 효과보다는 인수비용 부담이 더 커 향후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대증권 정성훈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차입으로 연간 이자비용이 500억원이나 증가하는 등 과도한 인수비용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따라서 주가 상승도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역시 고가 인수 부담으로 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들어 부정적 주가 전망 등급인 '중립'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동양증권 이경주 애널리스트는 △맥주시장 점유율 1% 상승시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 △물류비,마케팅 비용 절감 등의 시너지 효과가 금융비용 부담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하이트맥주는 진로 인수로 취약 지역인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의 가시적인 점유율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며 "현재 58%인 맥주시장 점유율이 내년에는 61.9%,2007년에는 63.7%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양사의 물류 센터를 통합 운영하고,위스키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높일 수 있는 등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과제 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가 주요 과제다. 한국과 일본의 주류 시장이 정체 상황을 보이고 있는 반면 진로의 중국 수출은 급팽창하고 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로의 중국 수출이 매년 50∼100%가량 급증하고 있으나 아직은 그 규모가 매우 미약하다"며 "해외 시장 경험이 별로 없는 하이트맥주가 시장 개척을 어떻게 해 나갈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하이트맥주의 외형과 맞먹는 진로를 인수한데 따른 조직 비대화 대응 방안도 관심 사항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아자동차 등에서 볼 수 있듯 갑작스레 '큰 옷'을 입은 기업들이 곤경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조직 통합과 인사,기업 문화의 이질점 등을 해결해 가는 모습을 주의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