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이 10여년 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 이를 두고 '토지공개념은 소설 속에나 있는 말'이라고 평가절하한 전직 고위 경제관료도 있고,과거 위헌판결까지 났던 공개념 정책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토지는 공공의 자산이므로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토지공개념을 설명한다면 결국 헨리 조지로의 귀결이다. 100여년 전의 사회개혁주의자였던 헨리 조지(1839~1897)가 이 땅에서 화려하게 환생해 오늘날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정말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헨리 조지는 알려진 것처럼 토지단일세(land only tax)의 주창자이다. "사회가 진보하는데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고 불황이 거듭되는 원인은 토지사유제에 있다. 천부(天賦)적으로 주어진 공동 재산인 토지를 사유로 삼고 그 지대(地代)가 지주의 불로소득으로 귀속됨으로써 모든 경제적 악(惡)이 비롯된다. 따라서 토지의 불로소득은 몽땅 세금으로 환수하고 다른 세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 "버티면 보유세,팔면 양도세로 투기이익을 환수할 것" "부동산 투기는 사회적 암" "투기이익은 마지막 한푼까지 거둬들일 것"이라는 대통령 국무총리 등의 잇따른 발언들과 놀랍도록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헨리 조지는 주류 경제학계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그를 추종하는 수많은 '조지스트'(Georgist)들을 낳았음에도 당대의 거두였던 앨프리드 마셜로부터 "비판할 가치도 없다"는 모욕을 당했다고 한다. 더구나 그의 주장이 사회주의적 색채를 띠었지만 정작 카를 마르크스로부터는 "잉여가치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공허한 이론"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렇다고 그의 이론이 쓸모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러시아의 문호(文豪) 톨스토이나 중국의 국부(國父) 쑨원이 그의 토지관에 크게 감화됐고,나아가 대만의 토지제도,아일랜드의 토지개혁운동,미국의 보유세 강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정우 전 정책기획위원장이 대표적인 조지스트인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토지공개념은 이 땅에서 이뤄지고 있는 헨리 조지의 또 다른 실험이다. 난마(亂麻)처럼 얽힌 우리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연 헨리 조지의 '제3의 길'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토지의 불로소득을 없애자는 조지스트들의 이상은 결국 반(反)시장적 규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유 거래와 경쟁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토지를 개발할 권리를 갖는 지주의 사유권이 제한됨으로써 시장기능이 무시된다. 지금껏 시장을 도외시한 규제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은 것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지금 정부는 행정중심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온갖 개발계획을 남발해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면서 오히려 토지의 불로소득을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에 토지의 불로소득을 발생시켜 서울과의 균형발전을 달성하자는 식이다. 무덤 속의 헨리 조지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추창근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