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도·소매 판매가 4개월째 증가하는 등 내수 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건설 경기를 재는 온도계인 건설 기성액도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표를 근거로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 포럼에서 "하반기 한국 경제는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4.2∼4.7%의 비교적 건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낙관과 달리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고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내수 회복세가 기대보다 미진한 데다 성장 동력인 설비 투자마저 부진해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내수회복 지속되나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중 도·소매 판매액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3.0% 증가했다. 지난 3월(1.4% 증가) 이후 넉 달째 이어진 증가세다. 이에 따라 지난 2분기(4∼6월) 증가율도 모처럼 플러스(2.7%)로 돌아섰다. 분기 기준으로 도·소매 판매액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2003년 1분기(1∼3월)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이다. 바닥 경기를 나타내는 소매업 지수는 1.8% 증가,지난 2월(6.2% 증가)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내수용 소비재 출하 지수 역시 전년동월 대비 5.0% 늘어나면서 전달(2.7%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두 배가량 확대됐다. 경기선행지수의 전년 동월비도 5월보다 0.3%포인트 상승,2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건설 경기도 호조세를 지속,건설 수주액은 전년동월 대비 38.0% 늘어났고 건설 기성액도 11.1% 증가했다. 전체 산업생산은 1년 전에 비해 4.1% 늘어 5월(4.2% 증가)과 비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체감 경기는 아직 한겨울 한은이 이날 발표한 '7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나타내는 '제조업 업황BSI'는 75로 전달(79)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다. 수출 기업(78→75)보다 내수 기업(80→76),중소기업(75→72)보다 대기업(89→84)의 체감 경기가 더 크게 악화됐다. 비제조업 업황BSI도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한 74로 조사됐다.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제조업 업황 전망 BSI 역시 전달(82)보다 4포인트 떨어진 78을 기록했다. 기업경영 애로사항을 묻는 부가 조사에서는 '내수 부진'이 26.1%로 가장 많았다. 지표상의 소비 회복세가 기업들이 체감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는 방증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선행지수는 오름세를 지속했지만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는 오히려 내림세로 반전했다"며 "체감경기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안재석·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